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은 ‘AA-’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각각 유지한다고 9일 밝혔다.
피치는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과 고령화 등 중기적인 구조적 도전에도 탄탄한 대외 재정,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 건전한 재정 운용 등이 이를 상쇄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제성장 동력이 둔화했지만 근원적인 성장은 견실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일본과의 갈등에 다른 불확실성 확대로 종전 2.6%(6월 전망치)에서 2.3%로 낮췄다.
피치는 최근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가 공급망을 교란하고 한국기업의 일본산 소재 수입 능력에 불확실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본 수출심사 절차의 복잡성, 한국 기업의 대체 공급업체 확보 능력, 무역 갈등 지속기간에 달렸다고 봤다.
피치는 통화 당국이 올해 말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더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 갈등 고조에 따른 불확실성과 낮아진 물가상승 압력을 반영한 기대다.
피치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로 올해 37.1%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23년까지 4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지정학적 위험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행 중인 북한과의 외교 절차가 복잡한 데다 지속적 긴장 완화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피치가 꼽은 국가신용등급 상향 요건은 지정학점 위험의 구조적 완화, 거버넌스(국가경영) 개선, 가계 재무제표 악화 없이 높은 성장률이 유지될 수 있다는 증거 등이다. 하향 요인은 한반도 긴장의 현저한 악화,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중기 성장률의 기대 이하 하락 등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