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주요국 금리와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고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인 반면 한국 중국 등 신흥국 통화 가치는 떨어졌다.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국제 금융시장 동향을 분석한 결과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크게 강화되면서 주요국 국채 금리와 주가 지수가 하락했다고 9일 밝혔다.
미국은 지난 7일 기준 10년물 국채 금리가 1.73%로 지난 6월 말(2.01%)보다 0.28% 포인트 하락하며 1%대로 내려앉았다. 제조업 지수 등 일부 경제지표가 부진한 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더 치열해지리라는 우려 등이 국채 금리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무역협상 불확실성 확대로 10년물 국채 금리가 같은 기간 0.19% 포인트(3.24%→3.05%) 떨어졌다.
영국과 독일은 각각 0.34% 포인트(0.83%→0.49%), 0.25% 포인트(-0.33%→-0.58%) 낮아졌다.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와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 등이 주요 배경이다. 독일과 함께 마이너스 금리 국가인 일본도 0.03%(-0.16%→-0.19%) 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 1.60%에서 1.25%로 0.35% 포인트 하락했다. 금리 수준 대비 하락폭은 여느 국가보다 크다. 터키를 비롯해 다른 주요 신흥국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다.
선진국과 신흥국 주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기준으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 사이 각각 3.0%, 7.8% 하락했다. 미국 다우존스평균지수가 2.2%(26600→26007),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3.6%(21276→20517) 떨어졌다. 독일 DAX지수는 6.0%(12399→11650), 영국 FTSE100지수는 3.1%(7426→7199) 하락했다.
미국에서는 주가 오름세를 이끌던 ‘공격적 금리 인하’ 기대감이 그에 못 미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꺾였다. 이어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다시 격전에 들어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말 2131에서 이달 7일 1910으로 10.4% 떨어졌다.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1%(2979→2769) 하락했고 인도(-6.9%) 멕시코(-6.3%) 등도 크게 떨어졌다. 신흥국 주가 하락은 미·중 무역갈등 고조로 세계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진 탓이 크다. 중국 주가 지수는 미국이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 지난 1일 이후로만 4.8% 급락했다.
미 달러화는 주요 선진국 통화과 비교해 강세를 보이다 이달 들어 그 폭이 축소됐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DXY지수는 지난달 1일부터 지난 7일 사이 1.5% 상승했다. 영국 파운드화(-4.4%)는 브렉시트 불확실성 증대로, 유로화(-1.5%)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적 통화정책 등으로 약세를 보였다. 일본 엔화 가치는 미국과 같은 폭인 1.5% 상승했다.
신흥국 통화는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와 인도 루피화 가치가 각각 2.5%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3.0%)와 러시아 루블화(-3.8%)가 3%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와 페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화 가치는 각각 6.6%, 6.8%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달러당 1154.7원에서 지난 7일 1214.9원으로 5% 상승했다. 달러화와 비교해 원화 가치가 5%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 하락폭은 주요국 중 남아공과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보다 더 큰 6.2% 하락했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6월 말 1072.4원에서 지난 7일 1143.7원으로 뛰었다. 한은은 “원·엔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엔화 강세로 큰 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