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환율전쟁 선포에 ‘희토류 무기화’로 맞수

입력 2019-08-09 00:01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환율전쟁’을 선포한 것에 맞서 중국 각계가 응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8일 “우리의 산업 지배력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쓸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 정부에 대한 중국 정부의 맞대응을 결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내 300여개 희토류 채굴 및 처리업체를 회원사로 둔 이 협회가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희토류는 배터리에서 군사장비까지 각종 전자제품을 제조할 때 필수적으로 필요한 광물질 17가지를 가리킨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수입하는 물량의 80%가 중국산일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이미 ‘희토류 무기화’를 공식 시사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당시 성명을 통해 “만약 누군가 우리가 수출하는 희토류로 제품을 만든 뒤 이를 이용해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고 압박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 모두 기분이 나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이날 중국희토류산업협회가 노골적으로 ‘희토류 무기화’를 선포하면서 이 문제가 미·중 무역전쟁의 새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희토류 최대 수요국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영토 분쟁 당시에도 대(對)일본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며 ‘희토류 무기화’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일본의 희토류 중국 수입 의존도는 90%에 달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중국 외 나라로 희토류 수입망을 다변화하고, 호주·인도·카자흐스탄·베트남 등에서 희토류 개발권을 따내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희토류 가격이 폭락하면서 중국 생산자들이 타격을 입었고, 2012년 상반기 기준 일본이 수입하는 희토류 중 중국산의 비중은 49.3%로 급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