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이용, 성기능 향상시킨다는 천연비아그라…알고보니 고추성분

입력 2019-08-09 06:00
그림= 전진이 기자

병원 안가고 집에서 점 빼는 위험한 중국산 의료기기 등 엉터리 의료기기·불법의약품 제조·판매업자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점·기미 제거용 의료기기를 중국에서 불법으로 들여와 14억 상당을 판매한 업자를 비롯해 합성캡사이신으로 일명 ‘붙이는 천연비아그라패치’를 불법 제조해 유통·판매한 업자 등 13명을 형사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수입·제조·판매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절차 없이 불법으로 제품을 다루고 허위·과대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해 약사법, 의료기기법, 관세법 등을 위반했다.

이번에 입건된 12곳은 의약품제조업 허가없이 ‘붙이는 비아그라’를 제조·판매한 3곳, 가짜 비아그라를 판매한 1곳, 기미·잡티 등을 제거하는 의료기기를 허가 없이 수입해 공산품으로 판매하거나 광고한 4곳, 치과용 임플란트 재료를 무허가로 제조한 1곳, 발목보호대 등 공산품을 의료기기로 오인하게 광고한 업소 등 3곳이다.

A(31)씨는 기미·잡티·점·문신 등 제거에 사용하는 ‘○○지우개’(제품명)를 중국에서 수입하며 의료기기로 수입허가를 받지 않고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4만2000개, 약 14억 상당을 공산품으로 수입해 판매하다 서울시와 관세청의 합동수사에 적발됐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시간이 없고 비용 때문에 병원에 가기 힘든 이들에게 추천한다며 광고한 이 제품은 피부조직을 태울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자가치료시 화상, 주사바늘의 긁힘으로 인한 피부손상, 흉터, 색소침착, 각종 균 감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B(37)씨는 2017년 6월부터 의약품제조업 허가 없이 자신이 거주하는 고시원에서 출처불명의 ‘○○패치’ 원단을 구매해 절단, 압축하고 포장한 ‘붙이는 비아그라’ 약 200개를 만들어 1세트에 18만원씩 유명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했다. 이 제품은 양자파동 에너지를 이용해 혈액순환계를 자극해 남자 성기에 붙이기만 하면 성기능이 향상된다고 광고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성분검사결과 고추의 매운 성분 중 하나인 ‘합성캡사이신’과 파스에 붙이는 ‘글리세린’만 검출됐다.

C(56)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종로구 재래시장 건물 내에서 사무실을 차린 후 지하철 화장실 등에 명함을 갖다놓고 이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약 150만원 상당의 출처불명의 발기부전치료제인 ‘○○레닌’ ‘○○그라’ 등을 판매하다 적발됐다.

송정재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불법 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하고 거짓 광고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수사를 통해 근절하도록 하겠다”며 “소비자들도 안전하고 효과가 입증된 제품인지 식약처 허가 여부 등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