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나마키 이란 보건장관은 지난해 8월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뒤 비(非)제재 품목인 의약품까지 수입을 제한한 것을 강력 비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나마키 장관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이란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수입하지 못했다"라며 "이란 보건 분야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비인도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한 나라의 보건·의약 분야를 제재하는 행태는 불법적”이라며 “미국의 압박에도 우리 의학계가 97종의 의약품을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고, 곧 의약품을 수입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력을 보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약품은 미국의 제재 품목이 아니지만 이란과 주로 거래했던 유럽 제약회사가 미국의 제재 부과를 우려해 수출을 줄인 데다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 이란에서 암,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환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 복원과 관련, 이를 유예해야 한다며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대해 인도주의적 물품과 서비스에는 제재를 부과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ICJ는 “재판부의 만장일치로 미 행정부는 의약품, 의료기기, 식료품, 농산물, 안전한 민간 비행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교체 부품을 이란으로 수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제재의 재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의약품, 식품과 같은 인도적 물품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데 금융 거래를 담당하는 은행 중 거래 규모가 가장 큰 파르시안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란의료학회는 지난 5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의 제재로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하고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란에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동시 제재를 받았던 2012년에도 의약품이 부족해 만성 질환 환자가 10만명 이상 죽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당시에 밀수 의약품 고가 판매와 가짜 약이 횡행해 이란 국민이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