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하면서 “새로운 길”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평화 경제를 강조한 이튿날이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이후 채 보름도 안 되는 기간 4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이 미상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직후인 오전 7시 30분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 아래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해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발사체 발사의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고,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전반적인 군사안보 상황을 점검했다”며 “관계 장관들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앞으로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철저한 감시 및 대비 태세를 유지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해법으로 남북 평화경제를 강조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사체를 쐈다. 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과 31일, 지난 2일과 이날을 포함해 13일 동안 4번이나 도발을 감행했다. 특히 이날 북한은 이번 발사체 발사가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끝끝내 우리를 겨냥한 합동 군사연습을 벌려 놓았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끝끝내 우리를 겨냥한 합동 군사연습을 벌려놓았다”며 “앞에서는 대화에 대해 곧잘 외워대고 뒤돌아 앉아서는 우리를 해칠 칼을 가는 것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떠들어대는 창발적인 해결책이고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라면 우리 역시 이미 천명한 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등을 성사시킨 만큼 평화 프로세스를 향한 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청와대가 관계 장관 회의 이후 내놓은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도 지난 2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당시 밝힌 “강한 우려 표명” “중단 촉구”보다도 대응 수위가 낮다.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한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지난번 (지난달 31일 미사일 발사 때는)에는 대통령 주재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를 열어 심각성을 파악하라고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를 연기해드렸는데 당시 대통령 주재 NSC는커녕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회의만 열렸고, 북한에 대한 어떤 항의도 없었다”며 “일본에 대해서는 경제침략, 한일전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