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사연습에 맞춘 北 도발…‘동해 테스트→내륙횡단 발사’ 패턴

입력 2019-08-06 11:25 수정 2019-08-06 16:14
러시아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지난 5월 4일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는 모습. 이 무기는 지난해 북한이 건군 70주년을 기념한 2·8 열병식 때 공개했던 것과 유사하며,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로 추정됐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6일 한·미 연합 군사연습 진행 시점에 맞춰 동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지난 2일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쏜 후 4일 만의 도발이다. 최근 13일간 네 차례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감시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발사는 동해 인근에서 신형 무기를 시험해 안전성을 일정 수준 검증한 뒤 내륙에서 쏘는 도발 패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6일 오전 5시24분쯤, 5시36분쯤 북한이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고도는 약 37㎞, 비행거리는 약 450㎞,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9 이상으로 탐지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한·미 정보당국은 이번 단거리 미사일을 지난 7월 25일에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정확한 제원은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앞선 세 차례 도발은 모두 동해 인근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 7월 25일 함경남도 호도반도, 7월 31일 강원도 원산 갈마반도, 8월 2일 함경남도 영흥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 이번에는 서해에 가까운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내륙을 지나 동해상에 떨어지도록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동해 인근 시험발사를 통해 안전성 테스트를 한 뒤 이번에 내륙을 지나는 궤적을 그리도록 발사해 사거리 등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발사체 비행거리는 450㎞로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

북한 의도는 복합적이다. 우선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반발하며 북·미 비핵화 협상 지렛대를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통해 대북 제재 완화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영변 핵시설 폐기뿐 아니라 다른 핵시설 등에 대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에 대한 압박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새로운 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비핵화 조치의 반대급부로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 등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핵무기를 보유한 전략국가’로서의 지위를 갖추는 길을 갈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분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뒷짐을 진 채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날 신형전술유도무기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지휘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은 또 “조성된 정세는 조미(북·미), 북남 합의 이행에 대한 우리의 의욕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으며 앞으로의 대화 전망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화 상대방을 겨냥한 전쟁모의판이 벌어지고 있는 때에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도 주장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군사적 적대 행위’로 규정하며 이로 인해 북·미 비핵화 협상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메시지다.

다만 북한은 비핵화 협상판 자체를 깨는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군사적 적대 행위들이 계속되는 한 대화의 동력은 점점 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