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추가관세에 뿔난 中, 국유기업에 美농산물 수입금지령

입력 2019-08-06 00:01

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 부과 조치에 맞서 자국 국유기업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요 표밭인 미국의 농장지대(Farm Belt·팜 벨트)에 타격을 입혀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중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농업 관련 국유기업들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 구입을 멈췄으며 향후 미·중 무역협상이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였으나 오는 9월 협상 재개만 약속한 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뒤 나왔다”며 “이는 중국이 미국 측에 앞으로 강경한 자세를 취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며 반격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약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다음달 1일부터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는 입장을 밝히며 휴전에 접어들었던 미·중 무역분쟁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중국 역시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양측의 치킨게임이 재개됐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이미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급격히 줄여 미 여권 표밭인 미국 농장지대에 타격을 주고 있다. 투자회사 인터내셔널 FC스톤의 다린 프리드리히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는 중국 측이 지닌 협상 지렛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미국 농민들과 시골 유권자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중국이 대선 전에 (미 농산물 수입 중단으로) 미국의 공격을 되받아친다면 이는 명백히 보복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그간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할 때마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 카드를 내세워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산둥보하이실업 등 5개 기업이 미국산 대두를 최대 300만톤까지 관세 없이 수입하도록 승인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30일 트위터에 “중국이 우리 농산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어떤 신호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