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정말 안심해도 되나’…일본 금융보복 가능성은?

입력 2019-08-06 06:00
금융 당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입 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의 영향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관계자 등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입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영향을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일본의 금융 보복 가능성이 낮고, 만일 보복하더라도 현 상황에서는 충분히 대처할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내에 유입된 일본 자금 회수를 통한 금융 보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가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외화유동성의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금융 당국의 대비 수준은 안심할 만한 수준일까. Q&A로 풀어봤다.

-국내에 유입된 일본계 금융자금 규모는 얼마나 되나.
“금융당국에 따르면 많게는 52조 9000억원, 적게는 39조3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일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은 13조원 정도다.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10위다. 국내 상장주식 시가총액 대비로는0.8%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일본계 은행의 국내지점 총여신이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24조7000억원 규모다. 외국계 여신액의 25.2%다. 이 가운데 일본의 3대 메가뱅크인 미즈호은행의 여신은 11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영업 중인 외국계은행 지점 중 가장 많다.


미즈호은행을 산하 기업으로 두고 있는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사토 야스히로 회장은 최근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사토 회장은 “자금 회수 걱정은 안해도 된다. 민간 교류는 이어가야 한다”면서 현재 11조원대에 달하는 여신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계 은행의 여신 자금 가운데 국내 제조업과 도·소매업에 흘러 들어간 자금이 10조원이 넘는다. 만일의 사태 발생시 위험하지 않을까.
“현재 제조업에 8조7000억원, 도소매업체에 2조8000억원 정도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일본계 자금이 100% 회수되는 상황까지 가정하면서 ‘스트레스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대부 자산이 6조7000억원 규모다. 업권 전체의 38.5%로 비중이 꽤 높은 편인데.
“저축은행(총 79곳) 가운데 4개사, 대부업체 중 19개사가 일본계다. 이들 업체는 영업자금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다. 인수 당시 출자금을 제외하고 일본 자금의 직접적인 차입 규모는 크지 않다. 경제 보복에 따른 급격한 영업축소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일본계 은행이 한국 기업 신용장에 대한 보증 발급 거부 우려도 나온다. 보복 조치를 취하면 충격이 클텐데.
“실제 이뤄지더라도 보복조치로서의 실효성이 없다는게 금융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동안 무역거래 결제 형태가 ‘신용장’ 방식에서 ‘송금’ 방식으로 바뀌면서 신용장 이용 비중이 큰 폭으로 줄었다. 신용장 방식은 전체 수입액 중 15%대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현 상황에서 일본의 금융 보복 가능성을 낮다고 본다. 유념할 사항은 없을까.
“국내 가계와 기업이 국내 자산을 줄이고 해외자산 계속 늘리는 ‘머니 무브’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과 채권을 조금이라도 팔기 시작하면 단기적으로 은행의 외화 유동성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5일 주식시장에서 3514억원을 매도하면서 주가 급락을 이끌었다. 금융당국과 경제주체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