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현직 수뇌부들의 휴가철 비공식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아 혁명 정신’을 거론하며 초심과 사명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중 무역 전쟁에 홍콩 시위 사태까지 불거지자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콩 주둔 사령관은 “극단적인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홍콩 시위대에 경고했다.
1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기고문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가장 큰 정당이라면서 “영원히 인민의 옹호와 지지를 받고 장기 집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전체 당원이 초심을 잃지 않고 사명을 가슴속에 새겨야 한다”며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주의로 무장한 당으로서 인민의 행복을 도모하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심을 잃지 않고 사명을 다하려면 반드시 강력한 자아 혁명 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자아 정화, 자아 완성, 자아 혁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전날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2주년을 맞아 공로자를 시상하고 신체장애를 입은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등 군을 다독이는 모습도 보였다.
홍콩 주둔 중국군의 천다오샹 사령원은 전날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2주년 경축 리셉션에서 “최근 홍콩에 극단적인 폭력 사건이 발생해 홍콩의 법치와 사회 질서에 중대한 도전을 하고,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심각하게 건드렸다”며 “우리는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홍콩 주둔군은 기본법과 주둔군 법을 결연히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중국 군이 홍콩 사태에 개입하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천 사령원은 “홍콩 주둔군은 홍콩 행정장관의 정책을 지지하며 특구 유관 부분과 사법 기구가 법에 따라 폭력 범죄자들을 엄벌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주둔 중국군은 같은날 홍보 영상을 통해 자신들의 부대가 육·해·공군으로 구성돼 최강의 전력을 갖췄고 테러·폭력 시위 대응팀도 있어 비상 사태시 홍콩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중국군 또는 무장 경찰이 홍콩 접경에 집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시위 사태가 악화하면 홍콩 주둔 중국군이 개입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이후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도 홍콩 시위에 중국군을 투입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