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대상포진 걸릴라…10명 중 3명 20~40대

입력 2019-08-01 12:08 수정 2019-08-01 15:24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병으로 알려진 대상포진이 20~40대 젊은층에도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와 과로 탓으로 추정된다.

계절별로는 지금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4~2018년 대상포진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특징이 발견됐다고 1일 밝혔다.

진료 인원은 2014년 64만5624명에서 지난해 72만5511명으로 5년간12.4%(연평균 3%) 증가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1.6배 많았다.

연령별 환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50대가 24.5%로 가장 많았고 60대(21.1%) 40대(15.7%) 70대(12.5%) 30대(11.6%) 20대(6.0%) 80대 이상(5.3%) 순이었다.
50대 이상이 전체의 63.4%를 차지했지만 20~40대도 33.3%나 됐다.

연령대별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80대 이상이 9.2%로 가장 컸고 60대(6.5%) 70대(2.7%) 30·40대(각 2.5%)순이었다. 하지만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 연평균 증가율로 따지면 30대가 4.0%로 가장 높았고 40대(3.6%)가 뒤를 이었다.

50대 이상 환자가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은 연령 증가에 따라 체력이 떨어지고 암, 당뇨병 같은 면역력 저하를 일으키는 만성 질환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30, 40대 환자 증가율이 높은 현상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조정구 교수는 “최근 대상포진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져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라도 병원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면역력 저하를 일으키는 스트레스와 과로가 30, 40대에 더욱 집중됨에 따라 대상포진 증가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5년간 월별로는 7, 8월에 약 8만~9만여명이 진료받아 다른 달(6만5000~7만4000여명)보다 다소 증가했다. 조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체력 저하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대상포진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은 몸의 한쪽에 띠 모양의 붉은 피부 발진과 수포(물집)가 나타나는게 특징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가슴과 얼굴에 호발한다.
피부 발진이 생기기 며칠 전부터 가렵거나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디스크(추간판탈출증), 담, 담·결석, 협심증 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부 병변은 2~4주 지나면 흉터가 남거나 거뭇거뭇하게 색깔이 변하며 치유되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진다. 예리하고 찌르는 듯한, 전기가 오는 듯한, 화끈거리는 듯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옷깃을 스치거나 바람만 닿아도 통증이 느껴지는 ‘신경병성 양상’을 띤다.

조 교수는 “대상포진은 발생 부위에 따라 뇌수막염, 실명, 안면마비, 청력손실, 근력저하 같은 큰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3~4개월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대상포진후 신경통’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상포진은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데, 어릴 적 수두를 일으켰던 바이러스와 같다. 이 바이러스가 없어지지 않고 신경 속에 오래 잠복하다 스트레스나 과로, 암·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 수두를 일으켰을 때와는 다르게 자신이 숨어있던 신경에 손상을 줘 감각저하, 신경병성 통증, 이상감각을 유발하며 그 신경을 타고 피부에 발진과 물집을 일으킨다.

치료는 빠를수록 효과적이다. 발진이나 물집 같은 피부 증상이 나온 후 3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고 적극적으로 통증을 조절해야 한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손상된 신경에 피흐름을 좋게 해 신경 회복에 도움준다.

예방을 위해선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예방 백신은 국내에 2개 제품(MSD의 조스타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이 허가돼 있다. 만 50세 이상 혹은 면역력 저하가 있는 경우 접종대상이 된다. 접종을 하면 대상포진이 생기더라도 증상이 가볍고 신경병성 통증 진행 가능성을 줄여준다.

최근 30, 40대 젊은층에서도 대상포진 환자가 증가하자 일선 의료계에선 이들 연령대의 백신 접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만 50세 미만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은 아니지만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발병 위험이 높은 경우 의사 판단과 책임 아래 접종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