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트럼프는 아직 침묵, 英·佛·獨은 안보리논의 요구

입력 2019-08-01 08:18 수정 2019-08-01 09:14
영국·프랑스·독일이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회의를 1일(현지시간)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31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서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약속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의 31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해 지휘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안보리의 움직임이 미국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도 관심사다.

이번 안보리 회의 소집에 미국이 동참하지 않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미국이 이번 안보리 회의에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미 대화 국면이 시작된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관련 논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간에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 문제가 논의되기는 했지만 미사일이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안보리는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응해선 규탄 성명이나 제재를 결의했지만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응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안보리 회의가 북한 미사일 문제만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매달 새로 바뀌는 안보리 의장국이 안보리에서 비공개 회의를 통해 한 달 동안 논의할 이슈를 토의하는데, 영국·독일·프랑스가 요구한 북한 미사일 관련 논의는 ‘기타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8월 안보리 의장국인 폴란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31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여건의 트위터 글을 올렸으나 북한 미사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볼턴 보좌관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미사일의 발사는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속 유화적인 스탠스를 취하겠다는 신호로 보여진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을 비판하자니 북·미 대화의 끈이 끊길 우려가 있고, 이번에도 북한을 감싸자니 미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고조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북한의 지난달 25일 미사일 발사 때는 하루가 지난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그는 “그들(북한)은 작은 미사일 시험을 했다”고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31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조만간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감싸기를 계속할지, 아니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가 내놓을 발언에 따라 북·미 대화의 속도와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 정부는 북한이 문제 삼고 있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이달 예정대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미 국방 당국자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어떠한 조정이나 변동도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