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5일에 이어 31일 또다시 동해상에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의도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이날 발사만 놓고 보면 미사일 역량 강화 차원에서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을 테스트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함께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한국군의 F-35 스텔스기 도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한·미를 동시에 압박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지난 25일 발사 때와 유사한 미사일로 추정하고 분석 중”이라며 “이번 발사는 시험발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도보다는 러시아 이스칸데르를 개량한 신종 탄도미사일을 테스트하기 위한 의도가 커 보인다는 뜻이다.
앞서 북한은 25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지역에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전술유도무기사격을 직접 지도했다”고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엿새 만에 이뤄진 이번 발사도 당연히 대남 무력시위 성격이 있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미사일 역량 강화에 나선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미사일의 테스트를 완료하려면 최대 및 최소사거리로 발사하는 등 수차례의 발사가 필요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사일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시험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실전배치 때까지 여러 차례 시험발사를 더 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미사일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거침없이 하도록 만들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고 면죄부를 줬으니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삼아 미사일 발사와 같은 하계훈련을 자신있게 하면서 내부결속을 다지고 군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이 지난해 군사훈련을 한 번도 제대로 하지 못 했다”며 “올해 상반기에도 북·미 협상 때문에 훈련을 안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자칫 북·미 간 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훈련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속도전으로 연달아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앞선 미사일 발사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또 압박한 것”이라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이 물밑 접촉에서 만족할 만한 카드를 내놓지 않자 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이라며 “북한은 대북 제재 해제와 체제 안전보장을 원하는 데 미국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군비 증강에 반발하면서 이달 실시 예정인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을 중단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날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한국군의 F-35 도입에 대해 “북남 관계를 또다시 과거로 되돌려 세울 수 있는 용납 못 할 군사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상헌 손재호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