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젖소의 장내미생물이 우유의 품질은 물론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메탄가스 생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국제공동연구팀의 연구결과가 화제다. 영국 에버딘대, 노팅엄대,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대, 핀란드 국립자원연구소, 이탈리아 가톨릭대, 스웨덴 국립농업과학대, 체코 동물생리학•유전학연구소, 프랑스 생마르텡데레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8개국 11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연구결과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4개국 7개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1016마리의 젖소에게서 소의 형질 정보와 장내 미생물의 DNA를 수집해 분석했다. 소들도 사람처럼 각각 독특한 장내미생물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12가지의 장내미생물 중에서 39종의 핵심 장내미생물이 우유의 맛과 메탄가스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사람들이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것처럼 소의 사료에 특정 장내미생물을 첨가하면 메탄가스 생성을 줄이면서 최고 품질의 우유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 앞선 사례가 국내에서도 이미 보고된 바 있다. 위 유럽의 사례처럼 유용미생물을 돼지 사육에 적용하여 농장의 냄새와 미세먼지, 질병을 감소 시켰을 뿐만 아니라 최종 산물인 돼지고기는 부드럽고 잡내가 없으며 오메가3 등 불포화지방산 함유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북대학교, 단국대학교, 서울대학교 등 미생물, 축산, 수의 전공 10여명의 연구진들이 주축이 된 농촌진흥청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단장 이학교 전북대학교 교수)이 기존의 축산 방식에서 탈피해 가축의 면역력을 높이는 동시에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유용한 장내미생물을 체계적으로 활용한 ‘에코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이 그것이다. 연구진들은 우리나라 축산 자연 환경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동물복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싸이엔티픽 애니멀 웰페어(Scientific Animal Welfare) 즉, 과학적 동물복지 시스템의 일환으로 ‘에코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을 개발했다.
연구실을 벗어나 현장과의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된 이 솔루션은 연구 모델 농장인 두지포크 농장에서 사료와 식수, 농장의 소독과 청소 등 위생 관리에 무분별한 항생제나 소독제 대신 하루 수 조 마리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 해당 농가에서 자라는 돼지의 면역력이 높아진 것은 물론 신진대사를 활성화해 기존 대비 최소 20% 이상의 돼지 폐사를 방지할 수 있었고, 30% 이상의 축사에서 악취가 감소됐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여 탄생한 두지포크는 유용 장내미생물 급여에 따라 비육돈의 육질이 개선되어 고기 전단력 감소, 지방산패도 감소, 다가불포화지방산 함유량 증가, 필수지방산 증가, 고기의 맛을 대표하는 리놀렌산 증가, 유리아미노산 증가, 비타민 C 함량 증가로 육질이 좋아졌다.
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