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등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날 “북·미 당국자들이 지난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공개한 직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점에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전, 백악관에서 “나와 김정은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
특히 DMZ 북·미 비밀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낮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높아졌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이번 발사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은 높아질 전망이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23∼24일 방한에 동행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당국자가 DMZ에서 북측 카운터파트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사진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 기념품을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북측 당국자는 DMZ 북·미 당국자 회동에서 북한은 매우 이른 시점에 북·미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 방한 당시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동행했다. 특히 후커 보좌관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전날 밤 헬기로 판문점을 방문, 북측 인사와 경호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DMZ 비밀 회동은 볼턴 보좌관의 방한 기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NSC 당국자가 한국에 좀 더 머물면서 북한 당국자를 만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북한 관련 목표가 단순히 현상 유지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미 정부는 북한의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하며 사태 파악에 애썼다. 백악관과 국방부·국무부는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 정부 당국자는 CNN방송에 “이번 발사가 미국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이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불만 표시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도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미 실무협상은 한·미 군사훈련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로 북·미 대화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과 부교수는 트위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뜻한 실무협상은 그의 미사일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로이터통신은 “김 위원장이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미국을 더 공세적으로 압박하는데 대범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언짢지 않다’고 했으니 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안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