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외교수장, ‘화이트리스트 韓 제외’ 결정 전 막판 담판

입력 2019-07-31 10:00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의 외교수장이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태국 방콕에서 대면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오는 2일로 예상되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한국 제외 결정 직전 열리기 때문에 사실상 한·일 갈등 확전 여부를 결정하는 막판 담판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31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각각 인천과 도쿄를 출발했다. 한·일 외교당국은 ARF를 계기로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1일 개최가 유력하다.

강 장관은 고노 장관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 기업 뿐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이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지난달 제안한 ‘한·일 기업 기금 출연안(1+1)’을 토대로 다른 대안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법원에 신청한 전범기업의 자산 매각명령을 늦추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산 매각을 늦추면 그만큼 외교적 협의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참여하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이 그동안 한·일 양국 간 조속한 문제해결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미국이 3국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신속한 화해’를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일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어려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경비연합체 구성이나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및 중·러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등 안보 문제로 논의 범위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방콕에서는 외교장관회담 뿐 아니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도 열릴 예정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ARF를 계기로 회동,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강 장관은 방콕에서 ARF 외에 한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외교장관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한국-메콩 외교장관회의등에 참석한다. 정부는 ARF를 계기로 열리는 각종 외교장관회의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강 장관은 또 미·일 외에 8개 안팎 국가의 외교장관과도 양자회동을 할 예정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