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방부 “호르무즈 파병 320명 넘고 임무 바뀌면 국회동의 필요”

입력 2019-07-31 05:00
국방부는 30일 논란이 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해 “기존 청해부대 파견연장 동의안에 명시된 320명보다 파견 인원을 늘리거나 다른 임무를 맡게 되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의 ‘파견지역·임무·기간·예산 변동 시 국회 비준동의 절차’에 대한 서면질의에 “청해부대가 파견연장 동의안에 명시된 내용 외의 활동을 할 때는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처리된 ‘청해부대 파견연장 동의안’에 따르면 파견부대 규모는 구축함 4000t급 이상 1척이다. 구축함엔 링스헬기 1대와 고속단정 3척까지 탑재할 수 있다. 파견 인원은 320명 이내, 파견 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로 명시돼 있지만, 유사시나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다른 해역에 가도 된다. 백 의원은 “국방부가 청해부대 파견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면 증원 필요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 파병에 청해부대 파견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백 의원에게 보내온 답변대로 기존 파견연장 동의안 범위 내에서 진행할 경우, 국회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지난 25일 MBC 라디오에서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있어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내지 않아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방위 민주당 간사인 민홍철 의원이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임무 지역 변경만 한다면 별도의 새로운 파병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국회 동의 절차가 따로 필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해 11월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청해부대 28진 '최영함'이 가족과 동료 장병들의 환송 가운데 출항하던 모습. 뉴시스

여권의 이런 기류에는 2003년 4월 노무현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 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지지층 이탈을 겪은 경험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회 동의 절차를 밟을 경우 당시와 마찬가지로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문재인정부와 여당 측에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파병 찬반을 놓고 여당 내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3년 본회의 표결 당시 열린우리당은 찬성 49명, 반대 43명으로 엇비슷한 숫자가 나왔다. 이해찬 대표, 설훈 최고위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오히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찬성 덕에 파병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그동안 국회에서 공조를 해온 범진보 진영의 반대에 부딪힐 수도 없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청해부대가 국회의 동의 없이도 호르무즈 해협에 갈 수 있다는 유권해석은 초법적 발상”이라며 “호르무즈 파병 시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기존의 핵협정만 준수하면 애당초 생기지도 않았을 위기이고 이 협정의 공동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이란이 아닌 미국을 규탄하고 있다”며 파병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현 정권에 우호적인 참여연대 등 진보단체들도 일제히 반대 뜻을 표명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