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를 수출하는 중소업체 A사는 오랜 연구끝에 환자의 낙상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바가 부착된 휠체어를 개발했다. A사는 국내병원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에서도 아이디어를 인정받고 다수의 특허를 획득한 후 제품출시를 준비했으나 의료기기 인증과 의료수가 적용에 2년 이상 소요된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낙담했다.
해외에서까지 인정해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판매절차 진행이 어려워지자 A사 대표는 최악의 경우 중국의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에 특허를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A사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소벤처기업부 해외시장총괄담당관실의 문을 두드렸다. 이에 담당공무원은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지원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한 결과 A사 제품은 1등급 의료기기로 신고하면 인증획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즉시 이를 업체에 안내했고 업체는 제조업 등록과 함께 가까운 재활공학연구소에 시험성적서 발급을 의뢰했다. 이후 인증 및 복지용구 등록 절차를 거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A사는 중국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과 2021년까지 7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이처럼 적극행정으로 성과를 낸 공무원에 대해서는 특별승진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또 적극행정 과정에서 징계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면책되고 민·형사상 소송을 당했을 때는 법률적 지원도 이뤄진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적극행정 운영규정’과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 제정안, 공무원 징계령 개정안,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규정 개정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적극행정을 추진해왔으나 기관별로 분산되거나 제도화하지 못해 공직문화로 정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적극행정을 대통령령으로 명문화함으로써 모든 기관이 참여하는 정부 중점정책으로 격상하고 체계적,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적극행정 운영규정에 따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각 기관별로 ‘적극행정 지원위원회’가 설치된다. 위원회는 민간전문가를 포함해 9~15명으로 구성된다. 업무담당자 또는 부서 차원의 적극 업무 추진이 어려운 경우 각 부처내 적극행정 지원위원회가 의견을 제시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게 된다. 적극행정 지원위원회 의견대로 업무를 진행한 공무원은 징계가 최종적으로 면제된다.
특히 기관장이 앞장서는 적극행정 추진체계를 구축한다. 기관별로 매년 적극행정 실행계획을 추진하고 전담부서를 지정하는 등 기관장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앙부처간 이견이 있거나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의견 충돌이 있을 경우 적극행정을 추진하는 기관의 장은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요청할 수 있다. 감사원 사전컨설팅을 거쳐 그 의견대로 업무를 처리한 경우 사적 이해관계가 있거나 충분한 정보제공을 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징계요구가 면제된다.
적극행정 공무원에 대한 법률적 지원도 강화된다. 공무원이 적극행정을 추진한 결과로 징계의결이 요구되거나 형사 고소·고발을 당한 경우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민사상 책임과 관련된 소송 수행시에도 소송대리인이 선임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소방청 사례를 검토해 공무원이 적극행정으로 인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경우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단체 보험에 가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국가 또는 지자체가 손해배상을 초래한 공무원 개인에 대해 구상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때 적극행정 추진에 따른 결과인지를 반드시 검토해 구상권 행사를 자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적극행정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한 보상책을 마련했다. 각 기관은 매년 반기별로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을 선발하고 해당 공무원의 성과 등을 고려해 특별승진·특별승급 등 인사상 혜택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아울러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 등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례를 발굴해 포상한다.
인사혁신처 이정민 인사혁신국장은 “직급 결원이 없더라도 총리 표창 이상 수상자는 특별승진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극행정에 대해서는 각 기관이 징계를 요구하는 등 엄정 조치하도록 명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께서는 장관 책임 하에 적극행정을 적극적으로 독려해 주시기 바란다. 또한 소극행정이나 부작위 행정은 문책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영혼없는 공무원 사라질까…적극행정 본격 시동
입력 2019-07-30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