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침입을 감지해 내는 생체 내 센서 단백질의 새로운 역할이 밝혀졌다.
암 감지 기능 뿐 아니라 암 내부에서 면역반응에 유익한 혈관을 증진시키고 비정상적인 암 혈관은 제거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면역항암제가 안 듣거나 내성이 생기는 문제를 극복할 새로운 면역항암 치료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찬·전홍재 교수, 양한나 박사 연구팀은 ‘스팅’(STING, STimulator of INterferon Genes)을 이용한 3중 병용 면역치료를 통해 기존 면역항암제의 내성을 극복하는 치료법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면역세포(T세포)에 있는 스팅은 암세포에서 나온 DNA 조각을 탐지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준비시키는 센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스팅을 활성화시키는 작용제(agonist)와 관련한 면역항암제 임상연구가 다국적 제약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70%의 암환자는 면역항암제에도 듣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30% 안팎이라는 얘기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분별하게 생성된 암혈관이 면역세포가 종양 내로 침투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문제였다.
연구팀은 400여명 난치암 환자의 암조직을 분석해 스팅이 암을 인지하는 센서 기능 외에 암 혈관에서도 발현되며 종양 내 면역반응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규명했다.
특히 스팅이 암내부에서 유익한 암혈관은 증진시키고 비정상적인 암혈관을 제거하기 때문에 스팅의 발현이 높은 암환자일수록 더 좋은 치료 경과를 가진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암혈관에서 스팅을 활성화시킬 경우 암내부의 비정상적인 혈관이 차단돼 종양의 성장과 전이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스팅 작용제가 해로운 암혈관을 억제하는 한편 면역반응에 이로운 혈관만을 남겨 면역세포가 암내부로 잘 침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스팅 작용제와 함께 암혈관신생억제제와의 병용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면역항암제에 반응률 0%였던 내성암이 스팅 작용제, 암혈관신생억제제, 면역항암제(PD-1, CTLA-4 면역관문억제제)를 3중 병용했을 때 약 60%에서 소실됐다.
암혈관 내 스팅 단백질이 많을수록 더 좋은 예후를 가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치료 후에도 면역항암 효과가 장기간 유지돼 생존 기간이 연장됐다.
김찬 교수는 “기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증강시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확인됐다”며 “스팅 작용제를 이용한 면역항암치료는 신장암, 간암, 췌장암, 방광암 같은 난치성 암 치료에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의 단독요법은 이미 암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다. 이런 면역항암제는 30%의 환자에서 항암 효과를 보이지만 치료 반응이 없는 70%의 환자에서는 치료 초기(대개 8주 이내)에 암이 진행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치료반응을 보이는 30%의 환자에서도 내성으로 인해 최대의 치료 효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면역항암제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절한 병용 파트너를 찾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