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 포인트 낮아졌을 때 대출 보유자는 신용카드를 분기당 5만원 정도 더 썼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자 부담이 줄면서 소비를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출 규모가 큰 사람은 돈을 쓰기보다 원금 상환을 통한 ‘빚 줄이기’에 더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송상윤 부연구위원은 29일 발간된 연구보고서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액의 감소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입자들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송 부연구위원은 금리 하락기였던 2011년 3분기~2017년 3분기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했던 사람 중 10만6236명을 표본으로 금리 인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2011년 6월 연 3.25%였던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 1.25%까지 내려갔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17%에서 3.0%로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 포인트 하락했을 때 대출 보유자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평균적으로 분기당 5만1800원 늘었다. 통상 기준금리를 낮추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내려가 대출 보유자는 이자 상환액이 줄고 가처분소득이 늘어난다. 늘어난 통장잔고가 소비로 가느냐 마느냐는 대출 금리가 ‘고정’이냐 ‘변동’이냐로 갈렸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고정금리 대출 보유자보다 분기당 평균 8만1200원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이 전체 대출 보유자의 카드사용 증가액보다 적다는 건 고정금리 대출 보유자가 금리 하락 시에도 특별히 소비를 늘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같은 변동금리 대출 보유자라도 소득과 유동성(현금 보유액), 신용 접근성, 부채 수준 등에 따라 소비 증대 효과가 달랐다. 소득이 높거나 유동성이 풍부한 사람은 이자상환액이 줄더라도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신용점수가 낮으면서 제2금융권 대출을 보유한 이들은 이자 부담이 감소할 때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연 소득의 2.42배 이상으로 높은 사람은 소비액보다 대출 원금상환액을 늘렸다. 한국처럼 가계부채 규모가 큰 경우 금리 인하의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송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확장적 통화정책의 현금흐름경로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