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다녀온 김승호 실장 “이번 작전은 실패했다”고 말한 이유

입력 2019-07-29 11:31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연합뉴스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일본 정부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김 실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항의했다.

김 실장은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작전은 실패했다”며 “원래 계획과 다른 결과를 갖고 와서 불편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대화를 합시다’라고 질문했을 때 ‘좀 이따가 말하겠습니다. 시간 좀 주십시오’라는 답을 기대했다. 이 답변에 맞춰 이후 작전도 준비했다”며 “그런데 일본 대표는 ‘싫습니다’라고 답했다. 기대했던 대답을 못 받고 세컨드 옵션을 받은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 실장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일본이 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래 사자가 싸움에서 지고 나면 한쪽 구석에 가서 상처를 혀로 핥고 있다”며 “일본은 국제 여론전에서 패했다”고 말했다.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국제 여론전에서는 우위를 점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우리정부의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출장 결과에 대해 언론에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실장은 트위터에 한국의 태도를 지적한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나갔다. 그는 “세코 대신님은 귀국이 취한 조치가 세계적으로 일으킨 파장과 혼란을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일본 내에서도, 전 세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눈을 떠라. 귀를 열어라”라고 촉구했다.

김 실장은 일본 측의 주장을 지지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았다는 세코 경제산업상의 발언은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발언할 때 서너 차례에 걸쳐서 박장대소가 나왔다. 지지의 웃음이었다”며 “제가 ‘여러분, 한국이 대화하자는 제안에 반대하시는 국가 있나요’라고 물어보니 아무도 손을 안 들었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열린 회의장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과 일본 정부 대표단이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 실장은 일본 정부를 WTO에 제소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둘이 맞부딪치면 우리는 약하고 그쪽은 강하다”며 “하지만 WTO 링 위에 올라가면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다. 승리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일본도 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 해결의 키가 우리에게 있지 않다. 문제를 일으킨 일본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일본은 국제 경제 체제가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에 도전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 답변에 진행자가 ‘결자해지를 기다리기 어려우면 어떡하나’라고 되묻자 김 실장은 “동네 꼬마가 불량배한테 한 대 얻어맞으면 대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강론에 대해서는 “‘내가 열심히 커서 성공해서 갚아주겠다’는 생각은 좋으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완전한 정답도 아니다”라며 “전 세계 경제 시스템은 모든 나라가 의존하면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