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핵포기 않을 것” 평가했던 정보수장 경질…후임엔 충성파 기용

입력 2019-07-29 09:48 수정 2019-07-29 15: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경질했다. 후임엔 ‘트럼프 충성파’인 존 래트클리프 공화원 하원의원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29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AP뉴시스


미국 언론들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코츠 국장의 갈등이 이번 경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CNN방송은 28일(현지시간) 코츠 국장이 지난 1월말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놓고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코츠 국장은 갈등을 빚어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츠 국장의 교체를 오래 전부터 검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전직 검사였던 텍사스주의 래트클리프 하원의원을 DNI 국장에 지명할 것임을 기쁘게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츠 국장은 8월 15일에 퇴임할 것”이라며 “미국을 위한 그의 헌신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래트클리프 지명자가 정식 취임하기 전까지 DNI를 이끌) 국장 대행을 곧 임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NI는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 16개 정보기관들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테러 등 정보를 분산적으로 다뤄왔다는 지적에 따라 2004년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츠 국장은 북한·러시아·이란·이슬람국가(IS) 등 거의 모든 정보 이슈에 대해 이견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츠 국장에 대해 불평을 털어놓았으며 경질 직전까지 간 적이 있으나 참모들의 만류로 교체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코츠 국장 교체에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인식 차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포기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코츠 국장은 지난 1월 29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CNN은 코츠 국장이 내놓은 여러 청문회 발언 중 북핵 부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격분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문회 다음날 트위터에 “(북핵 문제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반박글을 올리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코츠 국장의 북핵 발언 이후인 ‘대통령의 날’(2월 18일) 주말에 백악관은 그의 경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2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CNN에 전했다.

코츠 국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2차 미·러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비꼬는 듯 말했다가 논란에 빠졌다. 코츠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례를 범할 뜻은 없었다”는 성명까지 냈다.

76세의 코츠 국장은 군인 출신으로 독일 주재 미국 대사와 공화당 상·하원 의원을 지냈다. 그는 신중한 업무 처리와 초당적인 행보로 신뢰를 받았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AP통신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뒤를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로감을 느낀 마지막 인사들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새 DNI 국장에 지명될 래트클리프 의원은 3선 하원의원이다. 그는 지난 24일 하원 청문회에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를 향해 “당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 증거를 못 찾는 것은 그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궁했다. 트럼프 대통령 엄호에 앞장 선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법 위에 있어서도 안 되지만, 법 아래에 있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