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러시아 민심… 모스크바 시민들 “공정선거 보장하라” 시위

입력 2019-07-28 15:40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오는 9월 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시민 수천 명이 공정선거를 보장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 참가자 천여 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수년간 러시아에서는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추세다. 대규모 가두시위도 드물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타스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민들은 27일(현지시간) ‘트베르스카야’ 거리 등 중심가와 시청 청사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약 3500명이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무허가 집회를 벌였다”며 “여기에는 시위 취재차 나온 기자와 블로거 700여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신들은 실제 시위 참가자는 경찰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위는 오는 9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 당국이 유력 야권 인사의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빚어졌다. 당국은 출마를 원하는 야권 인사들에게 추천인 5000명의 서명을 받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추천인 수를 맞춰 서류를 제출하더라도 조작된 서명이 있다며 거부했다. 등록을 거부당한 후보는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정부가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장악한 모스크바 시의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야권 후보를 배제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지난 20일 모스크바 시민 2만2000여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면서 최근 수년간 러시아에서 벌어진 시위로서는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모스크바 당국은 일주일 만에 다시 열린 이번 시위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경찰을 집중 배치됐다. 하지만 당국의 경고에도 상당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러시아는 자유를 되찾을 것”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예고한 대로 폭력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시위대 통제를 위해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완전히 봉쇄했다. 일부 시위대는 시청으로 진입하기 위해 골목길 등 우회로를 택했으나 대부분 경찰에 차단됐다. 경찰관들은 시위대에 마구 곤봉을 휘둘러 부상자가 속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이 시민을 폭행하고 연행해가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이 잇달아 올라왔다. 경찰은 무허가 시위 참가 등 혐의를 적용해 1074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푸틴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히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번 시위를 조직했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지난 24일 불법 집회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30일 구금 처분을 받은 상태다. 나발니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시위 현장에서 스트리밍 방송을 하다가 경찰의 습격을 받았다. 후보 등록이 거부된 야권 운동가 일리야 야신과 반부패재단 변호사 류보피 소볼 등 다른 야권 지도자들도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불황과 정부지출 삭감, 철권통치로 푸틴 대통령을 향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연금 수금 연령 상향과 인터넷 감시 등 정부의 각종 실책이 대규모 시위를 야기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연달아 발생한 시위는 푸틴 대통령의 권력에 직접 도전하기에는 아직 규모가 작다”면서도 “러시아 국민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직접 표출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