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장맛비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주식 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채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증시의 ‘홀로 침체’는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코스피지수는 6개월 전과 비교해 3%가량 떨어진 반면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의 주요 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5~13%가량 올랐다.
투자 심리가 움츠러들면서 거래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부터 지난 26일까지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4조3847억원에 그쳤다. 2017년 1월(4조1117억원)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저치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5월(9조53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규모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거래대금 비율이 역사적 바닥권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시장은 더 크게 출렁이고 있다.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4조2068억원에 그치며 전월(4조2992억원) 대비 924억원 감소했다. 시가총액은 지난 26일 기준 222조5336억원으로 지난달 말(236조4057억원)보다 13조9000억원가량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690.53에서 644.59로 6.65%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은 미·중 무역 분쟁 여파에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방침이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는 미국보다 중국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받으면서 미·중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 악재로 투자 심리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증시의 반등 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내 코스피 보유 비중의 38%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이 최근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업체에 국한된 상황이다. 오태동 K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1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여기서 전기전자 업종의 순매수 금액이 1조9000억원에 달했다”며 “외국인 매수세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것으로, 아직 한국과 이머징(신흥국) 시장의 비중을 늘리는 차원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의 경우 외국인마저 ‘팔자’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닥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최근 10%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에만 43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상장 기업의 수익성 악화도 올 하반기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한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125개 상장사의 매출액 합계는 515조9234억원으로 전년 동기(514조8028억원)대비 0.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합계는 44조8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9조9610억원)보다 36.9%나 줄었다.
금융시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 움직임이 가져올 유동성 확대에 주목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연방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은 미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고 올해 말까지 모두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질 경우 되레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따라 시장의 기대감과 괴리가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