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문제의 시집은 어떤 작품이며 이런 책을 펴낸 주인공은 누구일까. 저자는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총장까지 역임한 중견 시인 이오장(67)씨다. 이씨가 최근 펴낸 시집 제목은 ‘꽃구름 탔더니 먹구름 나룻배 탔더니 조각배’(스타북스). 그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금 정치인들은 (1950, 60년대의) ‘자유당 시절’보다 엉망”이라며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시에 담았다”고 했다.
“원래 시인들은 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걸 부담스러워 해요. 하지만 시인도 국민이잖아요.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인들 사이에서 ‘왜 저 사람은 저런 시를 쓴 거야’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이씨는 그간 호흡이 긴 시를 주로 썼지만 ‘꽃구름…’에 실린 작품들은 각각 3행으로만 구성돼 있다. 정치인을 다룬 ‘3줄 인물시’인 셈이다. 이씨가 이런 시를 쓰면서 가장 먼저 타깃으로 삼은 정치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었다. 책의 후반부에 실린 ‘양정철’이라는 제목의 시는 다음과 같다. “기둥이 무대 위에 오르면/ 무대가 무너져 관중이 놀라지/ 나서지 말고 기둥으로 지켜라”
책에는 이 작품 외에도 따끔한 비판이나 지엄한 당부가 담긴 작품이 차례로 등장한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작품은 전‧현직 대통령을 다룬 시들이다.
“안개 강 하나 건너와 옷깃 터는가/ 자연은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오는 것/ 그대가 받들어야 할 자연은 국민이다”(‘문재인’)
“돈의 위력을 알아버린 탓으로/ 돈으로 얻은 권력의자에 앉았다가/ 돈의 끄나풀에 무너진 바벨탑”(‘이명박’)
“빼앗는 걸 보면 빼앗고 싶어지는 거지/ 권좌 위해 빼앗은 생명의 무게 덜고 덜어도 억만금의 짐/ 몇 대를 이어 산이 된다”(‘전두환’)
국민들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정치인을 다룬 작품도 한가득 담겨 있다. 이씨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상대로 “삽살개의 귀, 나무늘보의 입/ 많이 듣고 곱씹어 말하라/ 정치의 미덕은 관용이다”라고 충고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도마에 올린 작품엔 “정치는 깨진 항아리판/ 어느 때이든 물 넘치지 않지/ 그런 때 진가를 보여주는 복두꺼비”라고 적어두었다. 유시민 작가에 대해서는 “굴뚝 없는 연기 그만 피워라/ 생장작 떨어지면 숯이 남는 것/ 아무리 피워도 연기는 안개가 되지 않는다”고 썼다.
이씨가 원래 탈고한 시는 179편이었다. 하지만 편집 과정에서 40편을 뺐다고 한다. 그는 시로 다뤄보고 싶은 정치인을 정하면, 그 인물의 과거 직업 등을 취재해 작품에 가미하곤 했다. 이씨는 “기회가 된다면 과거의 정치인을 더 많이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누구나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시작한 거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초심을 유지해야 하는데, 왜 정치권에만 들어가면 그 마음을 잊어버리는지 모르겠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