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생을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됐다고 해도 성적 굴욕감을 느낄 정도의 ‘스킨십’을 한 사실이 있었다면 해임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중학교 교사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학교에서 수업 중 학생들의 손, 어깨, 엉덩이, 허벅지 등을 손으로 만져 강제추행했다는 이유로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학교 측은 징계 논의를 거쳐 지난해 3월 A씨를 해임했다. A씨는 소청심사위에 해임 취소를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부에 “빨리 식사하러 가라며 재촉하다 손이 학생의 어깨나 골반에 우연히 닿았을 수 있지만 엉덩이를 만진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수업 중 가벼운 신체접촉이 있었을 수 있지만 이는 수업에서 흔히 있을 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성적인 의도를 갖고 몸을 밀착시켜 학생의 팔, 어깨 등을 만진 일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학생들이 사건 경위, 장소, 전후 상황, 신체 접촉이 있었던 부위, 느낌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수사기관에서도 일관되게 말했다”며 “학생들이 허위 진술할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체 내외부에 변화가 나타나는 등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있는 여중생의 신체 부위를 동의 없이 만지거나 치는 행위는 객관적으로 볼 때 그 또래의 평균적인 학생들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부적절한 신체접촉 행위”라고 설명했다.
A씨는 검찰에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지만 재판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재판부는 “형사상 강제추행에 이르지 않은 성희롱도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징계사유로 인정된다”며 “해임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