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겪는 절망적인 시기들을 묘사할 때 흔히들 ‘겨울’에 빗대어 표현한다. 아마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반복되는 좌절과 실패에도 언젠가는 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는 비유이리라. 하지만 인생은 그저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계절이 바뀌는 자연의 법칙과는 조금 다르다. 게다가 인생의 봄은 모두에게 똑같은 시기에 찾아오는 것도 아니어서 누군가에겐 조금 빨리 찾아온 ‘반가운 손님’인 반면에 누군가에겐 기다리고 기다려도 찾아오지 않는 ‘원망스러운 님’이 되기도 한다.
후자에 속했던 나는 그 봄이 나에게만 유독 더디게 오는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큰 어려움 없이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나의 운명은 이토록 불행할 수밖에 없게 정해졌을까…….’ 발버둥 쳐 봤자 달라질 것 없는 현실에 나는 힘없이 무릎 꿇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긴 겨울을 떠나보내며 알게 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매서운 추위를 끝내고 봄을 시작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주어진 조건이나 환경이 나를 결정짓게 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릴 때, 도무지 거스를 수 없어 보이는 현실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이런 주체적인 결단을 내렸다고 해서 역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상황은 여전히 결단을 내리기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나에게도 봄이 시작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결단을 통해 나의 삶을 진정으로 포용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봄을 향한 나의 지난한 여정은,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용기가 내 안에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또 난이도 높은 인생의 고비를 이겨 낸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가슴 벅찬 기쁨도 맛보게 해 주었다. 때때로 만나게 되는 거센 바람으로부터 나를 지탱해 주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 주었고, 나 또한 다른 이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게 해 주었다. 겨울이 나에게 남긴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완연한 봄이라고 나는 믿는다.
절망스러운 조건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을 용기 있게 내디뎌 보겠다고 다짐할 때 비로소 우리는 봄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오늘, 우리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그 첫 발걸음을 내디뎌 보는 것이 어떨까. 언젠가 찾아올 봄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작지만 위대한 발걸음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따스한 봄이 찾아온 것처럼, 당신에게도 그 봄이 찾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전경은 (강사, 청소년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