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교회 유아방에서 함께 잠을 자던 4살 여자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정신병력을 가진 여중생이 심신미약을 인정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송현경)는 25일 선고 공판에서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학생 A양(16)에게 장기 징역 3년∼단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심신미약 감경의 근거로 형법 제10조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를 인용했다.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보통의 사람에게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로서 충돌조절장애가 이러한 의미의 성격적 결함에 불과한 때에는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되지 아니하지만 충돌조절장애가 매우 심각해 원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범행을 심신장애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인용됐다.
법원은 또 A양이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하가 나는 경우 주변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부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경우 등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어 2014년 5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점에 주목했다.
법원은 A양이 잦은 도벽과 충동적인 행동, 세면기에 배변 등 부적절한 행동 등으로 인해 2016년 11월 30일부터 2017년 2월 28일 정신과에 입원해 입원치료를 받았고, 이후에도 통원치료를 받는 등 충돌조절장애가 단순히 성격적인 결함이 아니라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신병력을 가진 어머니가 어릴 때 이혼한뒤 적절한 돌봄과 교육을 받지 못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적응을 못한데다 중학교 2학년 이후 학교 보건교사와 교회의 돌봄으로 충동행동이 다소 개선됐으나 정서적, 성격적 발달이 부진해 충동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결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정신과 전문의는 소견서를 통해 “(사건 당일)새벽에 잠이 깬후 몽롱한 상태에서 대처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심신미약상태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을 상대로 정신 감정을 한 결과 지능이 전체적으로 낮고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며 “피고인이 범행 당시 이런 장애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까지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잃는 결과가 발생했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엄벌을 호소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양은 지난 2월 8일 오전 5시 30분쯤 인천 한 교회 내 유아방에서 함께 잠을 자던 B양(4)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B양은 당일 오전 11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머리 등을 다쳐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저산소성 뇌손상 등으로 한 달여 만에 숨졌다.
검찰은 A양이 기소된 이후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장 변경을 통해 죄명을 중상해에서 상해치사로 바꿨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4세 여아 상해치사” 법원이 심신미약 인정한 여중생 판결문을 보니
입력 2019-07-26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