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여아 때려죽인 여중생…심신미약 인정된 이유

입력 2019-07-26 00:35
연합뉴스

교회 유아 방에서 함께 잠을 자던 4세 여자아이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여중생이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중형을 피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송현경 부장판사)는 25일 선고 공판에서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학생 A양(16)에게 장기 징역 3년∼단기 징역 2년으로 감형 선고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9일 장기 10년, 단기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A양은 정신감정 결과를 근거로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며 선처를 호소해 왔다.

A양은 지난 2월 8일 오전 5시30분쯤 인천 한 교회 내 유아 방에서 함께 잠을 자던 B양(4)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양은 B양이 잠을 방해하자 화가 나 그를 일으켜 세운 뒤 벽에 수차례 밀쳤다. B양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매다 저산소성 뇌 손상 등으로 한 달여 만에 사망했다. 사건 당시 방 안에는 B양의 9세 오빠가 함께 잠을 자고 있었고, 어머니는 예배를 보러 간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깨워 귀찮게 했다”며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계속 피해자가 반복해 잠결에 화가 나 벽에 밀치며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A양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었고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양은 최후 진술에서 “정말 잘못했고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A양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충동조절 장애로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벽 시간대 사건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당시 A양은 사물을 분별하거나 의사 결정이 미약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하지만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망에 대한 예견이 가능했으며, 피해자의 아버지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이 사건으로 인해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현행 소년법은 범행을 저지른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을 선고할 수 있다. 앞서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조기에 출소할 수도 있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