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물건 하나를 팔고 받은 돈으로 다른 나라 물건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추락했다. 4년10개월 만에 90선이 무너졌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교역조건은 19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올해 6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6% 내린 89.96을 기록했다. 89.69까지 떨어졌던 2014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014년 9월부터 꾸준히 상승해 한동안 100 초반을 유지하다 2017년 12월(99.52) 90대로 떨어졌고 지난달 80대로 내려앉았다. 전년 동월 대비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017년 12월부터 계속 하락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00을 밑돈다는 건 수출상품 하나를 팔아 번 돈으로 수입상품 하나를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수치의 악화는 수출단가가 수입단가보다 크게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6월에는 수출가격 하락폭(8.8%)이 수입가격 하락폭(4.4%)의 2배였다.
전체 수출로 번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95.62로 1년 전보다 11.6% 떨어졌다. 12.8% 떨어진 2018년 9월 이후 9개월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달 수출물량지수와 수출금액지수는 각각 1년 전보다 7.3%, 15.5% 내렸다. 2016년 1월 7.6%, 18.1% 하락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제품군과 화학제품 등의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는 반도체 단가 하락 지속 등으로 같은 기간 수출금액지수 하락폭(24.1%)이 수출물량지수 하락폭(8.7%)을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는 지난달 수출물량지수가 1년 전보다 16.5% 오른 데 반해 수출금액지수가 23% 떨어졌다.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또 다른 주요 수출제품인 LCD(액정표시장치)는 수출물량지수가 38.9%, 수출금액지수가 43.2% 하락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