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논란에 휩싸인 영화 ‘나랏말싸미’가 예정대로 24일 개봉된다.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60부(우라옥 부장판사)는 영화 ‘나랏말싸미’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도서 출판 나녹의 가처분 신청을 23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영화 ‘나랏말싸미’가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저자 박해진)의 2차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신미대시가 훈민정음 창제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이 사건 저작물 작성 전부터 존재했다는 제작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법원은 배경설정은 아이디어나 이론에 불과한 것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랏말싸미’는 한글을 만든 세종과 이 과정에서 함께했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정통 사극 영화다. 배우 고(故) 전미선의 유작으로 관심을 받았다.
출판사 ‘나녹’은 2014년 발간된 소설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 평전’의 표절을 주장하며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나녹 측은 “제작사와 감독은 출판사의 동의 없이 영화 제작에 들어갔고 투자까지 유치했다”며 “2018년 출판사의 문제 제기로 협의를 시작했지만 제작사 측이 돌연 영화화 계약 체결을 파기하고 출판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제작을 강행했다”며 “원작 권리자의 법률상 동의를 얻지 않고 제작된 영화는 불법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영화 ‘나랏말싸미’ 측은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은 영화의 원저작물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제작사는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 불교계의 신미가 관여했다는 이야기기는 책이 출간되기 훨씬 이전부터 제기돼 온 역사적 해석”이라며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부분을 주목했고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의 저자 박해진과 영화 ‘나랏말싸미’ 자문계약을 통해 상당한 자문료를 지급하고 신미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고 반박했다.
제작사는 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제기되기 이전인 6월20일 저자 박해진을 상대로 ‘제작사가 박해진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구하기 위해 저작권침해정지청구권 등 부존재확인의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배우 송강호, 박해일, 고(故) 전미선이 열연한 영화로 화제를 모았었다. 영화 제작자 출신인 조현철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었다. 개봉은 7월 24일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