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 긍정적인 내용의 서신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도 미국에서 제기돼 북·중 관계 경색이 북·미 실무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북한과 최근에 약간의 서신 교환이 있었다”며 “매우 긍정적인 서신 교환(correspondence)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준비될 때 우리는 만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북·미 실무협상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연계시키면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도 북·미 사이에 소통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내비쳐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미 대화의 고비마다 친서가 돌파구를 마련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의 서신 교환도 북·미 실무협상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아마도 그들(북한)은 (우리를) 만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 “일정한 시점에 만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준비될 때”라는 말을 두 번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이 아직 북·미 실무협상에 나올 준비가 안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카드를 들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미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거래제한 대상으로 지정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2016년 상반기까지 최소 8년 동안 북한의 3G 이동통신망 구축과 유지를 비밀리에 도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미국의 부품을 사용하는 화웨이가 북한에 장비를 제공해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국 의회에선 화웨이에 대해 미국 부품 수출 제한 등 더욱 강력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추가 제재의 과녁이 북한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우리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we'll have to find out)”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은 2008년 북한의 조선우편통신공사와 지분합작으로 무선통신업체 고려링크를 설립해 3G망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가 중국 국영기업 판다 인터내셔널 정보기술과의 제휴를 통해 북한에 장비와 관리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깊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WP는 또 화웨이가 2017년 11월 미 재무부의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중국 기업 단둥커화와도 일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회사가 북한과의 거래에 있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화웨이는 WP에 “우리는 유엔과 미국·유럽연합의 수출 규제와 우리가 진출한 국가의 법을 준수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실무협상 재개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미국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며 “다음달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만나봐야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