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일본의 수출규제로 상황이 나빠지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더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크게 낮췄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이 총재는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경제성장률 추가 하락 여지에 대해 “현재 여건이 우리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다”면서 “일본 수출 규제는 이번 전망에 충분히 반영을 못했기 때문에 악화된다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있고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한은은 지난 18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수출·설비투자 회복 지연으로 올해 성장률이 종전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통화위원회는 같은 날 “경기 회복 뒷받침을 위해 필요하다”며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내렸다.
이 총재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경제 전망에 일본 수출규제 영향이 부분적으로 반영돼 있다”며 “수출규제가 확대된다면 수출,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봉은 오는 24일까지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허가 면제 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 수렴 단계를 거친다.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실행에 옮겨진다.
이 총재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두고는 “실물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자금흐름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일본 경제보복이 한국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아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추게 된다면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또한 한은은 일본이 수출 규제를 예고한 직후인 지난 8일 외환·금융부문 점검반을 구성해 일본계 자금 흐름과 특이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단기자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대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조치 등 대외충격이 금융·외환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시장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안정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은의 외화자산 수익이 2012년 1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8000억원으로 29% 줄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외환보유액 대비 수익률은 1.95%로 2010년 3.6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은은 입장자료를 내고 “외환보유액 대비 수익률은 한은이 운용하고 있는 외화자산의 수익률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외환보유액은 한은 보유분과 정부 보유분으로 구성돼 있다. 한은의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전체 외환보유액으로 나누면 실제 외화자산 운용수익률보다 낮게 계산된다는 논리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안전성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외화자산 운용수익률 공개하지 않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