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해 “행정부가 예산을 심사할 근거 자료도 내놓지 않고 국민 세금을 백지수표로 사용하겠다고 한다”며 추경안 심사 중단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가 일본의 무역보복 대응 예산에 대해 소재·부품 관련 대일 의존도 현황이라든지, 이와 관련된 R&D 예산 내역 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며 “예결위 소위원들 앞에서 설명해 달라는 방식에 대해서도 끝내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는 더 이상 예결위를 열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상당 기간 예결위를 열 수 없게 됐음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예결위 소위원회에서 구체적 예산 내역을 보고해 달라고 요구하자,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왔지만 B4 용지 한 장에 복잡하게 수를 나열한 표를 들고 왔으며, 그것도 잠깐 열람 뒤 돌려달라고 했다는 게 김 위원장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보고 절차를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수정예산안으로 편성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 절차지만 사태가 엄중함을 감안해 예결위는 증액심사를 통해 이 문제를 처리하려고 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도리어 국회의 재정통제권에 도전적 자세로 일관하면서 국가 예산을 아무런 통제 없이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당초 정부가 종합정책질의 때까지 제출한 일본 수출규제 조치 대응 예산 규모는 1200억원가량이었으며, 이에 더불어민주당 측은 3000억원가량의 증액을 요구했다. 이후 각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관련 예산이 추가되면서 8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그는 “지난 토요일(20일) 기획재정부 2차관이 저한테 ‘중복된 항목도 있고, 이번 일과 관계없는 예산 증액 주장도 있어서 한 2700억원 수준에서 정리할 수 있겠다’고 구두로 말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2700억원이 필요하다는 말 외에 아무런 근거자료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의 보복 대응 예산을 심사하기 위해서는 무슨 명목으로 어디에 얼마나 예산을 쓰겠다는 것에 대해 합리적 설명이 있어야 국회가 삭감을 하든, 증액을 하든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정부·여당이 더이상 추경 심사를 할 수 있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제 지역구(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로 돌아가 민원상담을 하면서 때를 기다릴 생각”이라고도 했다.
예결위 소위원회 단계에서 예산 심사가 중단되면서 추경 처리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