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통과된 ‘日 보복철회 결의안’ 구속력 없어 유명무실?

입력 2019-07-23 05:00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22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차원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이 상임위에서 통과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외통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채택이 불발됐다.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최종 채택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7월 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끝내 실패하면서 본회의 개최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의원들이 결의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여야 합의 채택을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서도 불과 며칠 만에 비슷한 내용의 결의안이 5개나 발의됐다.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다고 해도 딱히 강제력이나 구속력은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결의안은 국회가 대내외적으로 국회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국회는 의결을 통해 현안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표현하고 일정한 행동을 촉구할 수 있다. 결의안은 법률과 똑같이 ‘발의→소관위원회 심사→본회의 심의→의결’이라는 절차를 거치며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발효된다.

결의안은 발의되는 숫자에 비해 채택 건수는 적다. 22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서 ‘촉구 결의안’은 총 147건 발의됐다. 이중 처리된 건수는 36건(24.4%)에 불과했다. 여야 합의로 채택되는 결의안 수가 적은 이유는 관련 결의안이 여야 찬반이 크게 엇갈리는 민감한 이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좌초된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이 대표적 사례다. 과거 북핵 실험 관련 결의안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관련 결의안도 마찬가지로 여야 간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다.

특징적인 부분은 대다수 결의안이 국회 외통위 소관이라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은 “결의안의 경우 대상이 국내 문제보다는 대외정책 분야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법률의 제·개정을 통해 입법 의도를 실현할 수 있는 국내 영역에서는 굳이 결의안 채택이라는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무리 여야가 공들여 결의안을 합의 채택했다고 해도, 말 그대로 ‘선언적 의미’에만 그친다는 것이다. 때문에 결의안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 왔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7년 4월 발간한 ‘국회 대외정책 관련 결의안 채택의 의의와 효과성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결의안은 국회가 대외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고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지지만 결의안의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조치는 그동안 미흡했다고 기술돼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은 “채택된 결의안에 대한 대내외적 홍보 강화가 필수적이며, 결의문의 번역 및 관련 기관 이송 절차를 체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영문 저널에 게재하는 등 출판 통로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의안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기도 하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결의안의 법률적 성격을 명확히 해 정부가 성실히 이행하도록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행정부가 결의안을 송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행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고, 만일 이행할 수 없을 경우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마찬가지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은 “미국에서는 상·하원에서 공동으로 결의안을 의결할 경우 법률에 가까운 구속력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해당 개정안을 통해 결의안의 실효성이 강화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