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강 잡기 나선 정경두 장관 “軍명예 실추, 작전기강 확립해야”

입력 2019-07-22 16:21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육군에 이어 해·공군을 돌며 군 기강 잡기에 나선다. 북한 목선 ‘입항귀순’에 이어 해군 허위자수 사건 등으로 군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진 데 따른 현장 행보로 풀이된다. 정 장관 해임을 촉구하는 야당의 목소리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장관은 22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용인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를 방문해 남영신 지작사령관과 육군 3성 장군 이상이 참석한 회의를 50분간 주재했다. 지작사 예하 사단장과 직할부대장들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은 회의에서 “심기일전해서 작전기강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군 기강 해이 문제를 거론하며 “군인들의 명예가 실추됐는데 새롭게 각오를 다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국방정책과 관련해선 “장군들이 중심을 잘 잡아 국민 신뢰를 받도록 하자”고 말했다.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장병들과 교육·훈련에 힘쓰는 지휘관들 노고를 치하하며 “감사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환골탈태의 각오를 다지고 주요 국방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 현행 작전태세 유지 및 군 기강 확립 강조, 임무수행에 대한 노고 치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지작사 방문에 앞서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장관은 지작사를 방문해서 경계작전에 대한 장관의 지침을 직접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날 육군 3성 장군 회의는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육군은 정 장관 지작사 방문에 맞춰 3성 장군 회의 장소를 수방사에서 지작사로 변경했다.

정 장관은 23일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또 25일 오전 해병대사령부에 이어 오후엔 공군작전사령부도 찾아갈 계획이다. 정 장관이 지난달 북한 목선 입항으로 드러난 경계실패와 최근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벌어진 허위자수 사건 등 군 기강 해이 문제를 직접 다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육군 7사단 예하부대에서 한 병사가 동기 병사에게 인분을 입에 넣으라는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군내 사고가 끊이지 않은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지난 8일 처음으로 전군 군 검사 회의를 열고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군 기강 확립’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군 관계자는 “지작사 방문은 2주 전부터 계획됐던 일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예비역 군 주요인사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군 기강 해이는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적했던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예비역 군 주요인사 초청 오찬 간담회’를 열고 “최근 벌어진 몇 가지 일로 우리 군의 기강과 또 경계 태세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군통수권자로서 책임을 느끼며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중심으로 엄중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 교체론이 최근 나돌기도 했지만 문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중심으로 엄중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 정 장관 유임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여당 내부에서도 한·일 갈등과 북·미 비핵화 협상 등 중대한 국면에서 국방 수장을 교체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당의 정 장관 해임 요구는 거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134명은 지난 15일 “국군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국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며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특히 한국당은 목선 입항 관련 국회 국정조사나 정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7월 임시국회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