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무역전쟁 시작한 아베가 먼저 타협 나서야”…美 블룸버그통신

입력 2019-07-22 14:52 수정 2019-07-22 15:15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한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어리석은(foolish) 무역전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아베의 수출규제를 국제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트럼프 모방’이라고 비난하는 등 한·일 갈등을 악화시킨 일본에 대한 외국 언론의 질타가 계속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의 이름 옆에 장미 모양 리본을 붙이며 웃고 있다. AP뉴시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을 대상으로 한 아베의 희망없는 무역전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 지도자는 정치적 분쟁에 통상이라는 무기를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참의원 선거 승리는 아베 총리에게 많은 사안에 대한 정치적 장악력을 안겨줬다”면서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웃 한국을 대상으로 단행한 어리석은 무역 전쟁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통신은 “일본 관리들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첨단 제품이 북한으로 불법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의도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에 보복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제무역 질서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찬사를 받아온 지도자(아베) 입장에선 매우 위선적인 행태”라고 꾸짖었다.

이 통신은 “(수출규제의) 피해는 아베의 평판을 실추시키는 것을 넘어 거대한 고객들(한국 기업)이 다른 대체 공급지를 찾게 되면 일본 수출업체들도 시장과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또 한국의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소개하면서 “긴장이 고조되면 (한·일) 안보 협력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본이 한국과의 분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불필요하게 복잡한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통신은 “일본은 수출규제를 해제하면서 추가조치를 취하지 말아야 하고, 한국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중재에 동의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한·일 타협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이 싸움을 시작했고 참의원 선거에서도 살아남았기 때문에 먼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 노력을 추구하는데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행동에) 신속하게 화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 아베 총리가 국가안보라는 모호한 이유로 수출제한 조치들로 상대국을 압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하면서 국제무역 질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사설에서 “수출규제는 경제적으로 근시안적이며 일본의 무모한 자해”에 비유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