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필생의 과업인 헌법 개정을 실현하기 위해 우회로 탐색에 나섰다. 개헌에 우호적인 ‘개헌 세력’ 정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아베 총리는 임기 내 개헌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야권에서 개헌 동조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의 4연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집권당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전체 245석 중 141석을 차지해 과반 의석을 무난히 획득했다. 하지만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여당계 무소속 등 개현 세력 정당 의석을 모두 합하면 160석에 그쳤다. 개헌 발의선인 164석을 넘지 못함에 따라 단독 개헌안 발의는 수포로 돌아갔다.
아베 총리는 오래 전부터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겨왔다. 2020년까지 현행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에 자위대 보유 관련 조항을 추가해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바꿔놓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개헌 세력은 다음 참의원 선거가 열리는 2022년까지는 자력으로 개헌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개헌 발의에 필요한 4석을 얻기 위해 야권에 손을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 임기가 2021년까지여서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에서 헌법 개정도 큰 쟁점이었다. 적어도 개헌 논의는 시작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심판이었다”며 “야당 여러분도 민의를 직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국민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일부 호응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신생 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있고 국민민주당 내부에도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자민당은 제1당으로서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 측은 일부 선거구에서 국민민주당 소속 의원을 지원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핵심 인사는 “(국민민주당에) 협력해줄 것으로 보이는 의원이 다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민민주당은 원칙적으로는 개헌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헌법 관련 논의에는 적극적인 입장”이라며 “개헌 내용이 어찌됐든 논의 과정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민민주당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개헌 구상을 두고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다. 한 국민민주당 간부는 “(헌법 개정에) 협력할 수도 있다”면서도 자민당 개헌안의 핵심인 헌법 9조 개정에는 난색을 표명했다. 또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이루는 공명당은 야당 의원을 끌어들여 3분의 2 의석을 맞추는 데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에서는 아베 총리의 4연임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임기 연장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며 “이번 선거 결과로 4선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지지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만약 4연임이 실현되면 아베 총리 임기가 2024년까지 연장돼 시간적 여유를 갖고 개헌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아베 총리는 “4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