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에서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불발된 이후 여야의 감정 섞인 ‘네 탓’ 공방이 격해지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유한국당과 그 지도부는 민생을 볼모로 오직 자신들 정략적 이익만 생각하는 정쟁의 악순환에 취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 번쯤 자신들 모습이 정쟁이라는 나쁜 괴물로 변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내일(22일) 국회의장 주재 정례회동에서 추경 처리를 위한 최종 결론이 나와야 한다”며 “한국당의 반복적인 정쟁에 매여 의사일정 합의에 소모적인 시간을 허비하느니 한국당이 추경을 처리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착실히 해나가겠다”고도 했다. 또 “말 바꾸기, 조건 바꿔 달기에 지칠 대로 지쳤다. 착한 추경을 나쁜 정쟁으로 괴롭혀온 것”이라며 거듭 한국당을 비난했다.
그는 한국당의 요구 조건에 대해 “배고픈 아이가 빵을 달라고 하니 ‘너희 동생 얼굴을 세게 때리고 오면 빵을 주겠다’고 하는 격”이라며 “협상 상대방에 대해 아주 무례한 일로 판단한다. 이러면 평생 좋은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아직 정쟁에서 벗어나 추경 처리할 준비가 안 된 듯하다. 우리는 한국당이 추경을 처리하겠다고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그리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강 대 강 대치를 원한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단도 꽤 많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의 비협조로 추경안을 처리 못 하는 조건에서도 우선 우리가 정부가 가용할 모든 정책과 수단, 재정 수단까지 포함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총력 대응할 준비태세를 갖춰나갈 것”이라며 “정말 추경이 꼭 필요하고 절박한 이유였는데, 한국당은 이걸 총선용으로 호도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추경 반대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기 위한 우리 대응책 마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논리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한국당을 향해 “우리 선수를 비난이나 하고 심지어 일본 선수를 찬양하는 것은 신(新) 친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한·일전에서 한국당의 백태클 행위 반복에 준엄하게 경고한다. 국민이 퇴장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하길 원한다면 추경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도 던졌다. 그는 “(선거법 처리를) 한국당처럼 볼모로 잡을 생각은 없다”면서도 “패스트트랙 휴전 기간이 두 달도 안 돼 끝날 수 있다. 정개특위에서의 협상과 합의로 나아가는 최선의 환경은 추경을 볼모로 한 정쟁 중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6월 임시국회가 무산된 것은 전적으로 민주당 탓이라고 주장한다. 말로는 추경 처리를 외치지만 진정성이나 추경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정부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어떻게 보길래 이럴까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며 “정부에 도대체 추경 의지라는 것은 있었을까. 경제 위기와 일본 통상보복 피해를 추경 처리 불발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는 글을 올렸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임시국회 무산의 가장 큰 책임은, 그토록 주창하던 추경마저 내팽개치며 오로지 정경두 국방장관을 지켜주려는 민주당에 있다”며 “무책임한 집권여당의 고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도 여당은 선제 대응은 못 할망정 자기 사람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도 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어렵게 성사돼 진행된 6월 임시국회를 이토록 허무하게 마감하게 한 데 여당에 심히 유감을 표하며 일차적 책임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북한 목선 사태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론하며 “민주당은 이를 무조건 외면하고 거부하면서 임시국회 일정을 낭비했다”며 “야당들이 국정조사를 고집하는 대신 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상정하겠다고 했는데 여당은 이마저도 무조건 막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당의 전매특허였던 ‘몽니 부리기’의 진정한 소유권자는 여당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