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일이 모두 나의 관여를 원하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라건대 그들은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갈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메시지를 내놓았으나 본심은 여전히 한·일의 자체 해결에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 주 일본과 한국을 연이어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의 이번 방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갈등의 물밑중재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0일(현지시간) “한·일 갈등 국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입장을 감안할 때 볼턴 보좌관은 일본과 한국에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기보다는 양국에 확전 자제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한·일 정상이 모두 나의 관여를 원하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백악관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가 관여(involved)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문 대통령에게) ‘내가 얼마나 많은 일에 관여해야 하느냐. (문 대통령을 도와) 북한에도 관여하고 있다. 나는 아주 많은 일에 관여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문 대통령)가 ‘일본과 무역과 관련해 많은 마찰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한국이 원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문 대통령)는 내게 관여를 부탁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두 나라 정상을 좋아한다”면서 “나는 문 대통령을 좋아하고 아베 신조 총리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면 나는 거기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바라건대 그들은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갈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의 한·일 방문이 양국 갈등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개럿 마퀴스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20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볼턴 보좌관이 중요한 동맹국들과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일본 NHK방송은 “볼턴 보좌관이 이번 주 일본을 들렀다가 2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파기를 검토하는 방안에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갈등이 한·미·일 안보 공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강경 카드가 미국의 중재 움직임을 끌어들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볼턴 보좌관의 한·일 방문 기간에 한·미·일 3자 고위급 회동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이 한국 방문에서 미·이란 갈등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위기와 관련해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한국의 동참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