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와 세네갈이 맞붙는 2019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네이션스컵 결승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프랑스 경찰 수천 명이 프랑스 각 도시의 거리에서 치안 유지에 나설 계획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한국시간) “네이션스컵 결승을 대비해 수천 명의 프랑스 경찰들이 프랑스 각 도시의 거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네이션스컵 결승전은 20일 오전 4시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다. 그럼에도 프랑스 경찰이 이 경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지난 15일 알제리와 나이지리아의 준결승전 직후 300여명의 알제리 이민자들이 프랑스 거리에서 폭동을 벌이다 체포돼서다.
가디언에 따르면 준결승전 직후 파리 샹젤리에 거리에 모인 군중들은 파리 중심가를 차로 빙빙 돌며 창문 밖으로 알제리 국기를 흔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던 중 군중의 일부가 상점의 유리창을 깨고 침입하는 등 폭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은 최루탄까지 발사했고, 파리에서만 169명의 알제리 이민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마르세유에서도 이민자들은 경찰을 향해 물건을 던졌고, 리옹에선 경찰과 충돌한 이민자들이 도시 외곽에 방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총 282명의 알제리 이민자가 하루 사이 프랑스 전역에서 체포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주요 축구 경기 후 수백 명이 체포되는 건 프랑스에서 흔한 일이다. 1년 전 프랑스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도 흥분한 축구팬들에 의해 샹젤리에 거리의 대형 상점들이 박살나고 약탈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당시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해 프랑스 전역에서 29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알제리 이민자들의 폭동에 프랑스 내부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이유는 민족 감정까지 개입돼서다. 프랑스는 130년 이상 알제리를 식민지배한 역사를 갖고 있다. 때문에 프랑스 내에 프랑스·알제리 이중 국적자가 다수 거주한다. 알제리 축구 국가대표팀도 절반 이상이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훈련 받은 선수로 구성돼 있다.
이에 반이민정책을 지지하는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은 네이션스컵 응원전이 알제리 출신 이민자들을 통합하지 못한 프랑스 이민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국민전선은 지난 준결승 경기 당시 “이민자들의 폭동은 단순히 축구팬들이 기쁨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프랑스에 거부감을 표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경찰에 샹젤리에 거리 폐쇄를 요청했다.
프랑스 남부 베지어시의 극우성향 시장인 로버트 메너드도 “알제리의 승리를 축하하는 팬들은 서류상으로만 프랑스인일 뿐”이라고 비판 대열에 참여했다.
반면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내부에선 축구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수단이 돼야지 갈라놓는 도구가 돼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파리 경찰은 샹젤리제 거리의 폐쇄를 거부했다. 디디에 랄랑트 파리 경찰서장은 파리의 일간지 르 파리지앵을 통해 “파괴 행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 기쁨을 표하기 위해 오는 팬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알제리 축구대표팀 주장 리야드 마흐레즈(맨체스터 시티)도 지난 15일 버건디 지역 국민전선 정치인인 줄리앙 오둘이 트위터에 ‘준결승전에서 프랑스는 알제리에 맞서 나이지리아를 응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하자 이를 리트윗하며 ‘축구는 증오보다 위대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