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대 개시장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보신탕 골목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구시가 보신탕 골목 정리 검토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19일 대구시에 따르면 권영진 대구시장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내년까지 보신탕 골목을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권 시장은 “개식용 문제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고 개도축장이 대구 도심에 있는 것도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리 추진 시)상인들의 생업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상인들의 생업 대책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조만간 관련 부서들을 모아 업무협의회를 개최해 실질적인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칠성시장 보신탕 골목의 존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전국 3대 개시장 중 2곳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부산 구포시장 개시장은 최근 폐쇄됐는데 개도축 시설과 판매 시설이 모두 사라진 첫 사례다.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의 경우 개도축 시설은 모두 사라졌고 소량의 개고기만 아직 유통되고 있다.
칠성시장은 아직 보신탕 식당과 건강원 등 17곳의 개고기 관련 점포가 남아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아직 일부에서 도축도 이뤄지고 있다.
대구시가 정리 방침을 정함에 따라 칠성시장 보신탕 골목 정비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개식용에 부정적인 국민정서 확대, 손님 감소 등으로 보신탕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칠성시장 일대 정비사업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신탕 골목이 있는 칠성원시장 주변은 이 일대 상인 등이 조합을 구성해 7400여㎡ 터에 판매시설과 오피스텔 등을 짓는 정비사업을 북구에 신청했다. 결과는 이르면 오는 9월 나온다.
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된 보신탕 식당은 2곳뿐이지만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환경이 변할 경우 남은 점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대구시도 칠성 야시장 등 칠성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을 추진 중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