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을 문제 삼은 것은 최근 미국이 제시한 ‘핵동결 입구론’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시간벌기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정원 산하 국가전략안보연구원은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북한 정세 브리핑’ 기자단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김일기 국가전략안보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하노이 노딜’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우리는 명백하고 분명하게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를 원한다”면서도 “(북한의) 핵 동결은 우리가 비핵화 과정의 시작점에서 보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처음으로 핵동결 입구론을 공식화한 만큼 북한으로서는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성기영 국가전략안보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도 한국과 미국이 CPX를 연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CPX와 실무협상 연계를 통해) 시간을 벌고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회담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미국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려하는 게 반영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전략안보연구원은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열릴 것이라면서도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협상팀이 하노이 협상팀에 대한 처벌을 보고 위험회피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칙을 앞세워 비타협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국가전략안보연구원은 향후 실무협상에서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정의와 핵시설과 무기 신고 및 검증 문제로 ‘디테일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북한이 ‘선 북미관계, 후 남북관계’를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남한을배제하고는 비핵화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점을 체감하고 북한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병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