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는 17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한국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추면 애플, 아마존, 델, 소니, 그리고 전 세계 수십억명의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참담한 결과를 굳이 상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일본 측의 경제보복 철회를 위한 국제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그는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경제는 세계 평화와 번영의 토대”라고 발언한 것을 상기시켰다. 이어 “일본은 G20 주최국으로서 자유무역 원칙을 지키겠다고 세계와 약속했다”며 “자유무역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인 일본은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하고, 또 지킬 것으로 믿는다. 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2010년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을 차단했을 당시 일본 정부 관료들이 “중·일 관계 악화는 세계 경제에 해롭다”, “일본만을 겨냥한 것이라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등의 발언을 했던 장면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에 담긴 자유무역의 개념은 절대적으로 타당하다. 일본 지도자들이 이제껏 밝혀온 신성불가침의 원칙을 어기면 글로벌 벨류체인(가치사슬)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삼성전자가 한국 주식 시장의 21%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도체 산업을 규제 대상으로 삼은 점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제한 조치가 WTO 원칙에 어긋나는 처사이며, 특히 반도체를 그 대상으로 삼은 것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과학기술 분야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일본은 애초 ‘신뢰훼손’을 (수출규제의) 근거로 꼽았으나, 이후 뚜렷한 증거도 없이 북한에 대한 불법 물자 유출을 이유로 내세웠다”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과 관련해서는 “민주주의에서 권력분립은 아주 중요한 원칙”이라며 “한국 정부는 ‘1965년 한·일 합의가 반인륜적 범죄와 강제 징용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다루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일 간 공조가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중국이 참여하는 3국 협력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일본의 새 시대 선포에 비춰 한·일 양국은 건설적인 자세로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일본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수출규제 조치와 대법원 판결에 관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일본 측에 외교적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