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급증하자 금융 당국 시장 조율 움직임도
‘오토론(Auto Loan)’ 시장이 뜨겁다. 캐피탈사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금융에 은행들이 저금리를 앞세워 무섭게 뛰어들고 있다. 친환경차 구매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주고, 중고차 거래 플랫폼과 손을 잡고 매매 계약을 직접 주선하기도 한다. 다만 늘어나는 연체율이나 이중 담보대출 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토론은 보증서나 개인신용을 담보로 자동차 구입 비용을 빌려주는 대출상품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6일 중고차 경매 플랫폼인 ‘카옥션’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중고차 판매부터 신차 구입까지 전 과정을 중개해 오토론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KEB하나은행의 ‘원큐(1Q)오토론’은 최저 연 3.6%(지난달 25일 기준) 금리에 0.9% 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신한은행은 야구팬을 겨냥해 오토론을 홍보한다. 신한은행의 오토론 이름은 ‘마이 카(MY CAR) 대출’인데, 현재 신한은행은 같은 브랜드 이름을 내걸고 프로야구 리그를 공식 후원 중이다. 최저금리 연 3.2%(지난 16일 기준)에 우대금리는 최고 1.5% 포인트다.
KB국민은행의 ‘KB매직카 대출’은 캐시백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대출 금액의 최고 1.5%까지 되돌려준다. 최저금리는 연 3.3%(지난 5일 기준), 우대금리는 최고 1.4% 포인트다.
우리은행은 친환경자동차를 사면 금리를 우대해주는 ‘우리드림카 대출’ 내놨다. NH농협은행은 ‘NH간편오토론’을 운용중이다.
은행들이 제 2금융권에서 도맡던 자동차금융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사업 다각화가 절실해서다. 부동산 대출 규제와 기업 투자 감소로 대출이 줄자 아예 대출 고객을 직접 찾아나선 것이다. 게다가 은행은 차주로부터 돈 떼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SGI서울보증보험에서 발행한 보증서를 담보로 차량 가격의 최대 100%를 대출해주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해 초 자동차금융을 테마검사 대상으로 고려했었다. 지난 4월 각 은행으로부터 오토론 사업 현황을 받아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이 자동차금융 시장에 주목하는 건 오토론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은행 자동차대출 현황’을 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2개 은행(지방은행 포함)의 자동차대출 잔액은 5조7447억3000만원에 이른다. 2016년 2월 말(8483억8500만원)보다 7배 가까이 늘었다. 시장 규모만큼이나 연체율(1개월 이상)도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0.33%에서 1.08%로 급등했다.
금융 당국의 압박에 은행권은 지난 5월 20일부터 자동차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6000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은행의 대출한도가 모두 동일한 이유다. 이에 앞서 SGI서울보증보험도 담보비율을 110%에서 100%로 내렸다. 만 25세 미만 고객에게는 담보비율을 80%로 정했다.
한편 ‘이중 담보대출’ 사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이야 보증서로 대출해주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지만, 보증서 대출을 한 고객이 제2금융권에서 자동차를 담보로 다른 대출을 받게 되면 사실상 이중 담보 대출이나 다름없다”며 “이런 틈새를 노린 꼼수들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유독 오토론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