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 군사훈련하면 실무협상에 악영향”

입력 2019-07-16 17:45 수정 2019-07-16 17:46
북한이 다음달 진행될 예정인 한·미 연합군사훈련 ‘19-2 동맹’ 중단을 요구하며, 훈련 강행시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과의 실무협상은 하겠지만 ‘하노이 노딜’을 반복하지는 않겠다는 북한의 경고이자 기싸움으로 해석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은 최고위급에서 한 공약을 어기고 남조선과 합동군사연습 ‘동맹 19-2’를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며 “만일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조미(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조미 실무협상 개최와 관련한 결심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이후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그동안 실무협상을 시작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예정된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북·미 간 실무협상은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변 핵시설만 내놓겠다는 북한과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노이에 미국에 당했던 북한으로선 미국의 새로운 제안이 확인되지 않으면 실무협상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현재 상태로 실무협상을 하기 싫은 북한이 연합군사훈련으로 핑계를 대는 것”이라며 “북한에 유리한 안을 미국이 가져오도록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라디오방송 ‘션 해니티 쇼’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이 처음에 없었던 아이디어들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미국)도 역시 좀 더 창의적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창의적(creative)’이라는 단어를 꺼내 든 것은 북·미 실무협상에 유연한 대응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또 북한에 과거에 제시하지 않았던 새롭고 과감한 제안을 들고 올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계속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북·미 실무협상의 이른 재개를 위한 설득작업의 일환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2일 “우리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보장이 이뤄지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북한에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한때 숙청설이 제기됐던 김혁철 전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살아있다고 보고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민기 의원이 전했다.

최승욱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