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현직 판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단속 기준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음주운전 사범을 처벌하는 법관에 대해서는 명확한 징계 기준조차 없는 상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대전지법 A판사(35·사법연수원 40기)를 견책 처분했다. A판사는 지난해 10월27일 오후 11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도로에서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6% 상태로 승용차를 200m가량 몰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대법원은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면서도 법관에 대한 징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위인 견책으로 처분했다.
법관징계법은 판사 징계를 정직·감봉·견책 등 세 종류로 규정하고 있다. 견책은 징계 사유에 관해 서면으로 훈계하는 처분이다.
A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그는 술을 마신 이후 혈중알코올농도가 올라가는 상승기에 측정해 처벌기준을 근소하게 넘긴 경우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들어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사의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는 검사나 경찰관에 비해 너그러운 편이다. 대법원은 올해 2월에도 혈중알코올농도 0.092% 상태로 약 15㎞를 운전한 B부장판사에게 감봉 1개월의 가벼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음주운전 판사에 대한 대법원 징계는 가벼운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음주운전 판사에 대한 징계는 최대 감봉 4개월이었다(국민일보 2018년 10월 3일자 참조).
대법원은 2013년과 2014년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300만원,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서울고법 A판사와 제주지법 B부장판사에게 모두 서면 경고를 내렸다. 2017년 음주운전 뺑소니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800만원이 선고된 인천지법 C부장판사에게는 감봉 4개월 조치를 취했다.
반면 경찰은 처음 적발됐으면 정직, 두 번째부터는 혈중알코올농도와 사고 여부 등에 따라 강등부터 최고 파면까지 이르는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검찰에서는 지난 4월 음주운전에 세 차례 적발된 현직 검사가 해임되기도 했다.
법원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예규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미만으로 처음 적발된 경우 최소 견책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판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법관징계법상 판사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정직·감봉·견책(서면경고) 처분뿐이다. 정직이 최고 수위의 징계다. 그 기간도 최장 1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헌법에는 ‘금고 이상의 형이나 탄핵에 의하지 않고는 법관을 파면할 수 없다’고 돼있다. 내부 징계 과정을 통해 파면 또는 해임될 수 있는 일반 공무원과 다르다. 이는 외부 압력을 최소화해 법관에게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법관징계위원회의 구성도 ‘봐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7인의 구성원 중 4명이 법관이다. 금 의원은 지난 2월 법관징계위의 과반수를 민간위원으로 구성하는 법관징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 기준은 없다. 법원공무원 징계 기준을 포함해 다른 공무원에 대한 징계양정 기준을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