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대장정 시작됐는데…트럼프, 여론조사서 또 전패

입력 2019-07-15 09:06 수정 2019-07-15 10: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들과의 가상 대결에서 전패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14일(현지시간) 또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8일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고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으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11월 3일 실시될 미 대선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으나 현재까진 무기력한 모습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샤이 트럼프’(트럼프 지지를 숨기는 지지층)’가 적지 않기 때문에 대선 판도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7∼9일 등록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4명 모두에게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큰 격차를 누른 후보는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1등을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51%의 지지율을 얻으며 42%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9%포인트 차로 눌렀다. 바이든은 가상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연이어 큰 격차로 이기며 기세를 이어갔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50%의 지지율로, 43%의 트럼프 대통령에 7% 포인트 차 앞섰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 대결은 48%대 43%로 워런 의원이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45%의 지지를 얻으며 44%의 트럼프 대통령을 1% 포인트 차 신승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중순 ‘친(親)트럼프’ 성향의 미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대선 후보들에게 전패했다. 또 같은 달 이뤄졌던 미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연구소의 가상 대결에서도 모두 졌다. 이달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을 포함한 3명의 민주당 후보에겐 졌고, 2명과는 비겼다. 전패 아니면 무승이 계속되는 상황인 셈이다.

NBC방송은 “아직 대선까지 470일이 더 남았기 때문에 이번 여론조사는 매우 이른 시점의 단면이고,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던 2011년 상황보다 더 좋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2011년 8월 NBC·WSJ의 조사에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46%대 45%로 1%포인트 차 앞섰다. 그러나 2012년 11월 대선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51%의 지지율을 얻어 47%에 그친 롬니 후보를 4% 포인트 차로 누르며 재선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5%로 조사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로, 7% 포인트 더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은 공화당 지지자들이었다. 공화당 지지자의 89%는 그를 지지했다. 사실상 몰표인 셈이다. 농촌 거주자(62%), 남자(53%), 50∼64세 중·장년층(53%), 백인(52%)이 트럼프 대통령의 응원세력이다.

대표적인 트럼프 대통령 비토세력은 민주당 당원이었다. 민주당 당원 중 7%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흑인(18%), 히스패틱(29%), 여성(38%), 18∼34세 젊은 층(32%)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매우 낮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