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내 심장은 정치인”

입력 2019-07-14 20:09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방글라데시 다카 총리실에서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서남아시아 4개국을 순방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정치인과의 자리에서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을 중심으로 이 총리의 ‘역할론’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이목이 쏠린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린 한-방글라데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세이푸자만 초두리 방글라데시 국토부 장관과 한국 의류기업 영원무역 공장을 찾은 가운데 나왔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초두리 장관에게 영원무역이 치타공에 조성한 한국수출공업단지(KEPZ)에 대한 방글라데시 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등을 운영하고 있는 영원무역은 1980년 방글라데시에 진출했다. 현지 고용 인원만 약 6만50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KEPZ의 토지소유권 이전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총리의 이날 요청도 이에 따른 것이다.

이 총리 요청에 초두리 장관은 “저도 장관이 되기 전에 기업인이었고 지금 공직에 있지만 심장은 여전히 기업인”이라며 “한국의 KEPZ 투자를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초두리 장관은 아라밋(Aramit) 그룹 회장과 치타공 상공회의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여당 아와미연맹(AL) 3선 의원이기도 하다.

이어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이런 투자가 안전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저도 지금 이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제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웃으며 맞받았다. 기자, 도지사, 국회의원, 총리 등 여러 경력을 갖고 있는 그가 가장 중요한 경력으로 정치인을 내세운 셈이다.

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초두리 장관과의 공통점을 찾는 도중 나온 말일 수도 있지만 내년 총선을 염두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해 주목된다. 앞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는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