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북남 관계도 미국 눈치보는 南, 친미 사대적 근성”

입력 2019-07-14 10:1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6·30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의 대남·대외 선전 매체들이 남북 문제를 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난하는 입장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14일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라는 글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북남관계 문제를 조·미(북·미)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하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는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번영, 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밝아야 할 겨레의 얼굴에 실망의 그늘을 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지금 남조선 당국 내부에서는 조·미관계 진전이 선순환 돼야 한다, 조·미 실무회담 추이를 고려해 북남회담의 형식이나 의제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등의 가당치 않은 주장들이 나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며서 “(이는) 친미 사대적 근성의 발로로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한다는 북남 선언들의 근본정신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이라고 비난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북·미 실무회담 추이와 함께 북한의 태도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남북회담의 형식이나 의제를 신중히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선전매체가 비난 대상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김 장관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이 매체는 ‘정세전문가’ 명의로 작성된 다른 글에서 “남조선 당국은 북남선언들을 통해 합의한 근본적이며 핵심적인 사항들은 밀어놓고 자질구레한 협력 교류에 대해서만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앞서 우리 민족끼리는 지난 13일 논평에서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한국 소외론’이 대두하고 있다며 “우리로서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상대와 마주 앉아 공담하기보다는 남조선에 대한 실권을 행사하는 미국을 직접 대상하여 필요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조·미(북·미) 협상의 재개 분위기는 남조선에도 유익한 것으로 이는 환영하고 지지하며 기뻐할 일이지 불안해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조·미 두 나라가 마주 앉아 양국 사이의 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마당에 남조선이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으며 또 여기에 끼어들었댔자 할 일도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다른 선전 매체 ‘메아리’ 역시 같은 날 “북남관계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는 대화, 실천이 없는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열백번 마주 앉아 대화를 진행하고 아무리 좋은 선언을 발표해도 외세의 눈치나 보고 이러저러한 조건에 빙자하며 실천하지 않는 상대와 마주 앉아 봐야 무엇이 해결되겠는가”라고 썼다.

이어 “충고하건대 ‘중재자’요, ‘촉진자’요 하면서 허튼 데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북남관계 문제의 당사자로서 선언(남북정상 합의) 이행에 적극적으로 달라붙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로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